[북한 대포동2호 발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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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추가 발사실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을 협의 중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1일 "북한이 추가 발사실험에 나서려는 징후가 최근 포착되고 있으나 발사가 임박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움직임과 의도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 중" 이라며 "북측이 추가 발사실험 제스처를 취하면서 한.미.일을 상대로 '벼랑끝 외교전술' 을 펼칠 가능성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고 말했다.

미사일 개발을 자제하는 조건으로 한.미.일로부터 최대한 반대급부를 얻어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판단은 미국 정찰위성 등의 탐지능력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발사실험장인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인근에서 대형 덤프트럭들을 동원, 발사장 터다지기.발사대 확장 토목공사 등을 공공연하게 펼치고 있다는 사실에서 감지된다는 것.

미 정보당국은 또 지난해 8월 발사한 대포동 1호보다 사정거리가 훨씬 긴 대포동 2호 (사정거리 4천~6천㎞) 로 보이는 미사일 추진장치의 엔진실험을 북한 내 두 곳에서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준비작업을 2개월 가량 한 다음 북측이 실제 미사일 발사에 들어가느냐 여부다.

미사일 발사를 하려면 최종단계에서 미사일 본체를 구성하는 유도체.엔진.탄두.추진체 등을 발사대로 운반한 다음 연료를 장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천용택 (千容宅)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8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준비 움직임을 포착했다" 며 '발사 임박' 을 부인한 것도 아직 이런 단계까지 돌입하지 않았거나 시간 여유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3국은 하지만 북한의 추가발사 움직임을 막기 위해 다양한 예방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폐막된 G8 (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도 미.일 양국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방북한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은 북한에 미사일 추가발사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충분히 전달했다" 면서 아직 발사 여부를 예단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북측이 미사일을 무기로 또다시 '벼랑끝 외교' 를 펼칠 경우 대북 지원을 바탕으로 한 포괄접근 방안은 불가피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므로 북한도 섣불리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측은 23일 베이징 (北京)에서 열릴 북.미 고위급회담을 통해 이같은 경고 메시지를 거듭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이후의 북한 태도가 주목된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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