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체납세 징수 '도를 넘어섰다' 원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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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金모 (40.회사원.전남강진군강진읍남성리) 씨는 최근 대출을 받는 데 쓸 인감증명을 떼러 읍사무소에 갔다 얼굴을 붉히고 돌아서야 했다.

민원실에 신청하자 지방세를 모두 냈는지 확인한 뒤 자동차세 16만원이 밀렸다며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金씨는 "지나친 처사라고 항의했으나 담당직원이 인감증명의 경우 체납액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안된다고 말해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가 체납세금을 거두기 위해 민원서류를 떼주지 않거나 예금까지 강제인출하는가 하면 한밤중에도 독촉전화를 해대는 등 '가혹행위' 를 해 비난을 사고 있다.

◇ 예금 강제인출 = 충북청주시상당구내덕동에서 식당을 하는 柳모 (63) 씨는 최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금통장에서 3백20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청주시가 친지들에게 수소문한 끝에 柳씨의 계좌번호를 알아내 98년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체납액만큼 지난달 30일 본인에게 통보하지 않고 인출해갔기 때문이다.

광주시동구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지방세 체납자 21명의 예금계좌를 추적, 3천5백여만원을 강제인출했다.

◇ 심야 독촉전화 = 대구시의 경우 올해부터 체납세 징수를 위해 '자동고지시스템 (Auto Calling System.ACS) 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체납자의 이름.주소.체납액.가산금 등 전산자료를 음성으로 자동전화에 연결시켜 체납자에게 하루에 1~2차례 정도 독촉하는 것으로 대부분 한밤중까지 걸려와 주민들의 항의를 사고 있다.

슈퍼를 운영하다 지난해 망해 자동차세 70만원과 재산세 30만원 등 1백여만원을 체납한 金모 (43.대구시중구동인동) 씨는 "사업이 실패한 것도 죽을 맛인 데 아무리 세금을 못냈다고 오후 11시30분에까지 독촉전화를 해대는 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 며 "자동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 이라고 하소연했다.

◇ 기본생활 방해 = 韓모 (42.자영업.전주시완산구서신동) 씨는 지난해 11월 완산구청 직원들이 들이닥쳐 자동차세 1백50만원을 미납했다며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압류하는 바람에 사용할 수 없어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韓씨는 구청이 압류한 가전제품 감정가격 42만원을 친구로부터 빌려 갚고 나서야 냉장고 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韓씨는 "전국을 돌며 의류 등 잡화류 노점을 했으나 장사가 안돼 생활비도 벌지 못한 상태에서 자동차세를 내지 못했다고 구청이 생활용품을 압류하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마저 말살하는 가혹한 세금징수 행정" 이라고 말했다.

◇ 관허사업 불허 = 지방세 체납액이 1천3백90억원인 충남도는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체납 건수 1천4백13건 (7억7백만원)에 대해 관허사업을 취소했다.

또 자동차 2천5백60대의 등록을 취소하고 1천4백18필지 땅을 압류조치했으며, 1천만원 이상 체납자 75명은 은행연합회에 신용을 제한해 줄 것을 통보했다.

◇ 법적 근거 = 전남도 김원일 (金源一) 재정담당관은 "지방세법에 따라 관허 사업을 제한할 수 있으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에 관한 법률 예외조항 (4조)에 근거해 예금압류와 인출이 가능하다" 며 "하지만 민원서류를 발급해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법" 이라고 말했다.

이해석.안남영.서형식.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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