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 간 11만 명 공무원 <상> 불안한 노 - 정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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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개 공무원노조 가운데 이미 민주노총에 가입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는 정부의 주요 정책에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데 여기에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와 법원노조까지 6만7000명의 조합원이 가세, 모두 11만5000명의 공무원이 민주노총에서 활동하게 되면 공무원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아 조합원과 국민을 위한 노동운동을 펼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전체 공무원 가운데 민주노총에 소속된 공무원은 11.5%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노총 소속의 일부가 공직자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22일 민주노총 가입이 확정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세를 펼쳤다. 고위 공직자의 법 위반, 공공부문의 민영화, 공무원의 복지축소를 저지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임금인상 등 생존권 보장, 공무원연금 개정, 구조조정을 정부 페이스대로 가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무원의 신분보장·복지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문제는 ▶행정구역 개편 ▶4대 강 사업 ▶세종시 문제 등 정치적 이슈에도 적극 관여하겠다는 점이다. 공무원노조는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안인 데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일인 만큼 공무원이 앞장서 감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무원노조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둘러싸고 정치적 중립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정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행정구역 개편에 부정적이다. 전공노 정책연구소 이희우 부소장은 “지방이 중심에 있지 않고 지방자치의 본질을 위협하는 행정구역 개편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4대 강 살리기 사업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이 부소장은 “시민단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반대운동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는 세종시법의 통과를 둘러싸고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공무원노조가 조합원의 이익과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선을 넘어 국가 정책에 일일이 가치를 매기는 것은 실정법과 배치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무원의 본분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결정과 집행은 국회·정부 고유의 역할이며 공무원노조는 조합원의 복지증진과 근로조건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우·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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