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남북돌발때 증시 단기급락후 곧 회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주식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최근의 남북 긴장관계가 15일 급기야 남북 경비정간 총격전으로까지 번지자 투자자들은 불안속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의 여러 차례에 걸친 북한의 무력도발 때 증시의 반응을 예로 들며 이번에도 주가는 단기급락 후 곧바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물론 이번 사태가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예상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최근 증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그동안 남북관계 악화를 국내증시 최대의 악재로 꼽아왔다는 데 주목하며 외국인 투자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과거의 예와 낙관적 전망 = 신한증권은 70년대 이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던 남북문제 6가지를 뽑아 주가반응을 분석했다.

이들 중 지난 94년 7월의 김일성 사망 등 5차례의 남북긴장 사태때 종합주가지수는 평균 6.2일에 걸쳐 0.89%가 떨어졌다.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던 사건은 94년 6월 4일에 불거진 북한 핵문제였으며 9일동안 무려 5.4%가 하락했다.

그러나 5차례의 사건 모두 주가는 단시일내에 회복세로 돌아서 사건 전 수준을 되찾았다. 단기 저점에서 전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4일.

신한증권 투자분석부의 박효진 대리는 "남북관련 사건이 대부분의 경우 실리와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이용되고 실제로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아온 관례 때문" 이라며 "이번에도 전쟁으로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투자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현대투자신탁운용의 최대문 주식운용팀장도 "돌발악재로 그동안 부담스러웠던 지수 800선이 장중에 깨진 뒤 다시 회복돼 저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며 "800선이 무너지면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설 계획" 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시황분석자료를 통해 "지난 며칠간의 남북긴장 관계가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돼 총격전이 주는 악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고 전망했다.

◇ 과거와는 다르다는 견해와 투자신중론 = 비관적인 전망을 펴는 시장관계자들은 그 배경으로 ▶최근의 장세가 과거와는 달리 외국인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과 ▶증시의 단기수급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지난달 이후 단기급등으로 투자주체들의 심리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의 20%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꺼리는 '컨트리리스크 (전쟁위험)' 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증시향방이 달려 있다고 동원증권 투자분석부의 온기선 실장은 말했다.

삼성증권 투자분석부의 이경 과장은 "이번 사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이번주부터 집중되는 유상증자 물량 압박과 기관투자가들의 단기수익률 싸움으로 인한 주가 급등락 가능성에 유의해 투자에 신중을 기울여야 할 때" 라고 조언했다.

임봉수 기자

*** 교전충격에도 10개종목은 상한가 행진

남북간 총격전은 전체적으로 약세장을 연출했지만 개별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린 종목 (7백42개) 이 오른 종목 (1백14개) 보다 6배나 많았던 15일 장에서 가격제한폭까지 값이 오른 종목은 동양금고 등 10개. 동양금고는 인터넷 관련 업체인 골드뱅크가 지난달 인수한 이래 4천원대에서 이날 1만4천6백50원까지 2배 이상 값이 올랐다.

현대페인트.경남모직.금강공업도 가격제한폭 까지 값이 올랐고 삼성중공업우선주 등 일부 우선주들이 상한가 대열에 동참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동양금고 등 서너 종목을 제외한 상한가 종목들은 평소 거래가 극히 드문 주식들이어서 특별히 유의할 가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들 종목 외에 이날 값이 많이 오른 주식들은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매집하는 대형 우량주들이다. 삼성화재.포철.LG증권.SK텔레콤 등이 그런 종목들.

한편 이날 코스닥시장은 증권거래소 시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값이 오른 종목이 상한가 89개 종목을 포함해 1백45개 종목으로 하락종목 (1백15개) 보다 많아 대조를 이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