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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검사는 날 미치게해' 클린턴, 보고서공개후 욕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닉슨 대통령을 사임케 했던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56.편집부국장) 기자가 최근 생존하고 있는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의 재임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뒷얘기를 담은 저서 '섀도 : 다섯명의 대통령과 워터게이트 사건의 유산 (Shadow:Five Presidents and the Legacy of Watergate)' 을 출간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등 5명. 그는 특히 5백17쪽의 저서 중 절반을 섹스스캔들로 고민에 빠진 클린턴 대통령 가족의 외로운 모습을 그리는 데 할애했다.

이 책에 따르면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는 의회 제출용으로 '르윈스키 보고서' 를 작성할 때 "성적 접촉을 과도하게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는 측근의 충고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한 채 보고서를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결국 클린턴의 외동딸 첼시가 이를 열람했으며 클린턴은 이 사실을 알고 '매우 큰 절망' 에 빠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클린턴은 한 측근에게 "스타는 나를 미치게 할 사람" 이라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부하들의 '고충' 과 '배신감' 도 이 책에 소상히 기록됐다.

지난해 1월 클린턴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로버트 베넷은 백악관에서 "각하, 솔직히 말해 각하 말씀을 전혀 못믿겠습니다" 며 불평을 내뱉는다.

베넷은 당시 존스측 변호사들이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아칸소 전력회사 경영진인 마를린 조 젠켄스와 염문을 뿌린 사실을 물고 늘어질까봐 걱정이었다.

그러나 클린턴은 대통령 취임 직전 수차례 주지사 관저 지하실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지고 집에서 수십차례 통화한 기록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매커리 대변인은 "9월 11일 스타 보고서가 공개된 뒤 대통령이 집무실 한쪽에서 딸만한 아가씨와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고 회고했다.

이와 관련, 우드워드는 스타 검사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클린턴이 베넷 등 자기편 사람들에게도 거짓말을 계속해 백악관 안에서도 '못믿을 사람' 으로 완전히 고립됐다고 전했다.

우드워드는 또 레이건과 포드 등 다른 4명의 전직 대통령에 관한 '못다한 뒷얘기' 도 자세히 기록했다.

레이건은 92년 당시 비서실장을 알아보지 못한 일이 있었으며, 94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사실이 공개되기 이전에 이미 노망증세 및 기억력 감퇴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 대통령은 점심 반주로 마시는 마티니 때문에 발음이 불분명해져 결국 오찬 반주를 중단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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