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신문 1900~1905] 인류 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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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구를 하나의 동네로 만드는 '지구촌' 실현 조짐이 20세기가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세기 동안 이룩한 기술문명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른바 축지법 (縮地法) 의 실현이 인류의 눈앞에 다가왔다.

놀람과 탄성은 지상보다 '하늘' 에서 이룩됐다.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의 한 실험장.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가 제작한 '플라이어 1호' 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틀' 은 무게 70㎏, 엔진 12마력 4기통, 프로펠러 2개. 바람이 세게 불었다.

동생 오빌이 조종석에 올랐다.

고도 3m, 체공시간 약 42초 비행거리 36m.마침내 동력을 이용해 인간이 하늘을 날았다.

이날 마지막 시험비행은 형인 윌버가 맡았다.

그는 2백60m, 59초간 하늘에 머물렀다.

'축지술' 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륙을 종.횡단하는 장거리 철도의 잇따른 완공과 자동차의 대중화도 시공 (時空) 을 압축하는데 단단히 한몫 했다.

1900년 북아프리카의 카이로에서 나일강 중류인 수단의 카르툼까지 연결하는 장거리 철도가 완공됐다.

'은자 (隱者) 의 나라' 대한제국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비켜가지 않았다.

1900년 7월 한강철교 준공으로 경인선 전 구간이 개통됐고, 이어 1904년 12월 경부선, 1905년 4월 경의선이 각각 개통돼 한반도의 남북을 철마가 이어주었다.

1904년 4월 영국의 롤스로이스가 '움직이는 파르테논 신전' 이라 불리는 2기통 자동차를 생산, 거리를 질주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는 전기자동차가 등장, 자동차의 대중화시대를 앞당겼다.

20세기 초 이런 문명의 진보는 실로 나머지 기간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서막에 불과했다.

'극단의 세기' 로 불리는 20세기 - 그 심연 (深淵)에 인류는 첫 발걸음을 옮겼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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