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로=1달러 초읽기…연일 하락해 1.02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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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며 수직 하강하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7일 (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0260달러를 기록, 출범 (1월 1일) 5개월여만에 12.6%가 하락했다.

직접적 원인은 코소보 평화회담 결렬이지만 영국 바클레이 캐피털의 제인 폴리 통화분석가는 "유럽중앙은행 (ECB) 의 개입이 없을 경우 올해 안에 0.97달러까지 내려갈 것" 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유로 약세의 첫번째 요인으로 독일 경제의 침체를 꼽고 있다. 지난해 유로권의 평균 성장률은 5%였지만 독일은 2.2%에 그쳤고 올해도 1.5%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출범 초부터 문제됐던 회원국간 불균형도 유로 약세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예컨대 지난 4월 룩셈부르크의 실업률은 2.9%인데 비해 스페인은 17.3%, 유로 11개국 평균은 10.4%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또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확대로 국내총생산 (GDP) 의 2%로 규정한 재정적자 기준도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로화에 대한 지지도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7일 발표된 독일의 한 여론조사에서 유로화의 지속적인 약세를 예상한 응답자가 59%를 기록, 연초보다 두배 이상 늘어났다.

영국 가디언지가 지난 주말 실시한 조사에서도 2002년 영국의 유로 참가를 반대하는 응답자가 한달 전의 53%에서 61%로 증가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유로 출범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유통업에서는 미국 월마트의 공세에 유럽 기업들이 휘둘리는 등 "실익이 별로 없다" 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독일.프랑스의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부진했던 수출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유로 약세를 오히려 반기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경제자문위원회의 헤르베르트 학스 위원장은 "유로 약세는 유럽 경제의 단순한 반영에 불과하다" 며 "그리 염려할 필요가 없다" 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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