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지도] 8. 농민운동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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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농민단체의 활동은 이 땅의 농업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63년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전국농업기술자협회에서 보듯 60년대 농민단체 활동은 농민계몽의 성격이었다.

70년대는 종교에 뿌리를 둔 농민단체가 중심이 돼 농민의식화 운동을 꾀한 시기로 평가된다. 한국가톨릭농민회 (가농)가 근대적 의미의 농민운동에 불을 댕겼다.

76년 농민들이 수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농협에 항의하고 나선 '함평 고구마사건' 은 이 시대의 대표적 농민운동이다.

80년대는 농민단체 활동의 확산기. 83년 가농을 중심으로 농협 민주화추진 1백만인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협동조합 개혁이 이 무렵에도 문제가 됐다.

80년대는 또 농업이 발달하면서 축산.채소.원예 등 각종 생산자단체가 잇따라 생겨났다. 농산물 수입개방이 쟁점화된 80년대 후반부터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단체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었다.

우리쌀지키기 범국민대책회의 등 농민단체 활동은 우루과이 라운드 (UR) 협정이 체결된 93년말부터 94년까지 가장 활발했다.

90년 4월 가농과 한국기독교농민회 (기농) 의 운동권 세력이 뭉쳐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농) 을 결성했다. 가농과 기농은 순수 농업단체로 돌아갔다.

91년 3월엔 정부의 지원을 받는 농어민 후계자들이 모여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한농연) 를 조직했다. 현재 전농과 한농연이 농민단체 활동의 양대 축이다.

90년대 들어 농약과 비료를 적게 쓰는 유기농법 내지 친환경 농업이 부각되면서 관련 단체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또한 95년에 만들어진 농림수산정보통신망 (AFFIS) 동호회는 PC통신으로 농사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농산물 인터넷 쇼핑몰 설치도 추진중이다.

2000년대에는 도시 소비자와 농민을 직접 연결시키는 생활협동조합운동이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오는 11월부터 본격화할 세계무역기구의 차기 농산물 협상은 농민단체 운동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와 농민단체가 무리한 개방압력에 공동 보조를 취하는 등 상생 (相生)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영근 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과거의 농민운동은 민주화운동의 일환이었다" 며 "이제는 새로운 조직과 틀로써 진정한 농민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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