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CEO 열전- 이덕희 명성학원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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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재산은 우수한 강사들입니다. 학원과 강사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강사를 선택할 것입니다.”

명성학원은 서울 서부지역에서 특목고, 명문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원으로 평가받는 학원이다. 응암동 본원에서 만난 이덕희(58) 이사장은 정갈한 첫 인상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지금까지의 성장동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강사를 직원이 아니라 나의 고객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지원했다”며 “강사가 원장과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수익의 일부분을 강사들에게 나눠줘
학원은 입시전략이나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이 경쟁력이란 것이 그의 지론이다. 유독 강사들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 “비전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면 모든 문제는 자연히 해결되죠. 강사가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열정적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매년 강사들에게 수익의 일정부분을 나눠준다. 일종의 스톡옵션인 셈이다. “지난 1986년엔 학원을 그만두려 했었어요. 그랬더니 하루종일 강사들이 따라다니며 자신들이 학원에 투자한 정성이 얼마인데 문을 닫느냐며 죽고싶은 심정이라고 얘기하더군요. 그때 알았어요. 강사도 ‘내 학원’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는 것을”.

강사들에게서 새로 출발할 힘을 얻은 그는 과감하게 학원에 투자, 입시학원으로 제 2의 도약에 성공했다. 수업의 전문성을 위해 강사를 교재 연구에만 집중시키고 입시전담 컨설팅팀을 운영하는 등 강사와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학생을 가르치는 건 내가 아니라 강사들”이라며 “강사의 실력이 곧 학원의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명성학원은 강사들의 만족도가 높아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많고 이직률이 거의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학업에 대한 열망이 교육자의 길로
어린 시절 이 이사장은 레슬링 선수였다. 선수가 되면 무상으로 대학에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가난했던 집안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엔 공부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선수생활을 마칠 당시, 체육지도자의 길을 포기하고 학원 개원을 결심한 것도 오직 학업에 대한 열정때문이었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굴해서 우수한 인재로 키우고 싶었죠. 계산하고 추론하는 수학능력을 통해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1982년 단 7평의 주산학원에서 출발한 명성학원은 입시학원으로 진화·발전하면서 지금은 지역의‘맹주’학원으로 자리잡았다. 교육시장과 입시정책의 변화에 따라 수많은 학원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위기 속에서도 명성학원은 은평 본원을 비롯해 마포·종로·중구로 학원을 늘리는 등 꾸준히 성장했다. “성실하게 열심히 가르치면 학부모들이 인정해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학원을 발전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하루 14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생활하며,밥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도 모를만큼 학생들에게 몰두했다. “운동하면서 배운 인내심과 정신력으로 극복했어요. 공부건 일이건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는거니까요.”

사교육과 공교육은 보완적 관계
다른 학원들이 거대 자본을 유치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갈때도 그는 학원의 내실을 다지는데만 전념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욕심을 부릴 뿐 돈을 벌고 학원을 확장하는데는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학생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학원은 그 날로 끝이니까요.” 이 이사장은 교육을 사업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교육이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이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교육사업에 발을 내딛으면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명성학원을 거쳐간 아이들 모두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주산을 가르칠 때 초등 4학년 학생이 천 단위를 암산하더군요. 너무 기특해서 ‘수학천재구나’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는데 십여년이 지난 어느날 찾아왔어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으로 유학간다더군요. 그 때 제가 한 격려의 말 한마디에 큰 자신감을 얻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구요.”

기업가의 길도, 교육자의 길도 모두 최선을 다해 가겠다는 이 이사장.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찾아주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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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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