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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학원 81개국에 324곳 … 중화문명, 세계를 향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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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力 <힘 력> 힘은 여러 갈래가 있다. 부드러운 힘이 있고, 딱 부러지게 강단 있는 힘도 있다. 감싸 안는 힘이 있는가 하면 밀쳐 내는 힘도 있다. 그러나 모든 힘의 근원은 마음에 있다는 게 중국 철학의 가르침이다. 중국은 이걸 되살렸다. 강한 힘, 부드러운 힘을 고루 갖춰가고 있으니까.

유구한 문명의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소프트파워 역시 세계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또 다른 역량이다. 중국 전통의학을 배우기 위해 베이징에 온 이스라엘 여학생 엘리너 아브니(25)가 베이징 징산(景山)공원에서 명·청대 황궁인 자금성을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박종근 기자]

‘팔방미인’이란 말이 있다. ‘무엇 하나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을 뜻한다.

요즘 국제정치에서 ‘수퍼파워’라면 ‘팔방미인’쯤 돼야 한다. 한 분야에만 강해서는 대접을 받기 힘들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중국은 이미 대국(大國·Great power)이다. 20∼30년 내에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미국을 넘어서 초강대국(超級大國·Super power)이 될 게 확실하다. 그러나 경제력, 군사력, 국제정치 영향력, 문화 영향력 등을 포괄한 종합실력 면에서 미국을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추수룽(楚樹龍) 칭화(淸華)대 국제전략발전연구소 부소장의 진단이다.

이 진단대로 중국은 분명 영토대국, 인구대국, 경제대국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문화대국이고 국제정치대국이기도 할까? 10여 년 전이라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당시는 중국 붕괴론이 힘을 얻는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중국은 세계 경제발전의 견인차라는 주장이 대세다. 미국과 중국이 국제사무를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G2 개념, 미·중은 밀접히 연결된 경제공동체라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개념까지 등장했다.

이런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핵심 요인은 비약적으로 성장한 소프트파워(Soft power)에 있다. 1997∼98년 경제위기는 아시아 각국에는 재난이었다. 하지만 중국에는 자국의 능력을 깨닫는 소중한 계기였다. 미국과 일본을 대신해 궁지에 몰린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을 자각한 것이다. ‘책임지는 대국’이라는 국제사회의 찬사도 받았다. 인민폐 평가절하의 유혹을 견디면서 이 때문에 발생하는 무역적자를 감수했다. 그 결과 중국은 자신감까지 얻었다.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몇 가지 방향에서 전개됐다. 중화문명의 재발견과 활용이 첫째다. 중국은 유가(儒家)사상에 기초한 통치이념을 제시했다. 장쩌민의 덕치론(德治論), 후진타오의 이인위본(以人爲本:국민을 근본으로 함), 조화사회(和諧社會) 등은 모두 유가사상에서 온 것이다.

중화문명을 외교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2004년부터 추진된 공자학원(孔子學院) 설립이 대표적 예다. 공자학원은 세계적인 중국어 학습 열기에 부응하고 세계 각국에 중화문명을 전파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센터다. 2004년 11월 서울에 최초의 공자학원이 문을 연 이후 2009년 4월까지 81개 국가에 모두 324개가 설립됐다.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가 120년간 1110개,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이 70년간 230개,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가 50년간 128개를 설립한 것을 능가하는 성공이다.

이젠 하드파워(Hard power)를 보자. 하드파워의 지표는 역시 군사력이다. 정치적 역량, 경제력, 인문적 투자의 총합체가 군사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는 군사박물관. 중국의 군사역사를 중심으로 미사일과 전투기·탱크 등 무기를 전시하고 있다. [베이징=박종근 기자]

중국군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 복잡성, 그리고 모순성’이다. 박물관에서나 봄 직한 무기와 장비가 사용되는가 하면 일부는 놀라운 수준의 기술군(群)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운용, 상업용 인공위성 분야에서 국제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군사용 레이저 개발도 눈여겨봐야 한다.

2000년 이후 중국군의 현대화 행보는 눈부시다. 큰 방향은 앞으로 10∼15년간 기존 무기의 개량, 외국 무기와 군사기술의 획득, 그리고 자국 방산력 증강을 통한 군 현대화다. 구체적 방향은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다양한 신형 무기의 생산·배치다. 1994년에서 2004년 사이 중국이 배치한 신형 잠수함은 30척이 넘는다. 둘째, 외국 무기 및 군사기술의 도입이다. 주요 공급국인 러시아로부터 도입되는 무기 및 기술 비용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군사기술 획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셋째, 신속 대응능력, 정보전·전자전 능력의 제고다. 미래전에 대비한 포석이다. 넷째, 통합 군수지원, 합동훈련 및 연습, 그리고 원거리 작전능력의 강화다.

결국 중국은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고루 갖춰 나가면서 ‘초강대국’으로 솟아오를 날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김태호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조영남 서울대 교수 taehokim@hallym.ac.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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