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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불황에 맞선 '逆발상의 귀재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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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5평 남짓한 지하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해 5백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육성시킨 이레전자산업㈜ 정문식 (鄭文植.37) 사장. 남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청춘을 보낼 때 그는 특전하사관으로 5년 동안 복무하고 제대한 뒤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그러던 중 지난 95년 휴대폰 시장이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서울 변두리에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공장을 세웠다.

현대전자에 휴대폰 급속 충전기를 납품하며 매년 3백%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鄭사장은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몰아치며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는 와중에서도 오히려 기술개발팀 20여명으로 구성된 부설 정보통신연구소를 설립,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다자간 무선회의용 전화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한편 담뱃갑 크기의 초소형 9백㎒ 무선전화기도 개발, 미국 벨 (Bell) 사에 6백만달러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외국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산업자원부는 29일 鄭사장처럼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부가가치제품을 개발,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9명의 기업인.기술인들을 산업분야 '신지식인' 으로 선정.발표했다.

업종별 협회와 산하기관에서 추천받은 50여명의 후보를 놓고 3개월 동안 심사를 거친 결과다.

윤명혁 (尹明赫.45) ㈜유천공조엔지니어링 사장은 7년간의 연구 끝에 별도의 배관과 쿨링타워 없이도 에너지를 40% 이상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냉난방기기를 개발해 재래산업에서도 기술개발을 통해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국내 미개척 분야인 전력제어장치를 만든 이기원 (李起元.38) 기인시스템 대표이사, 유압 브레이크 분야에서 신제품을 만들어낸 이원해 (李元海.43) ㈜대모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유채꽃.감귤꽃 등 국내 최초의 자생식물을 이용한 향료를 개발한 이승훈 (李承勳.45) ㈜한불화농 연구소장도 새로운 분야에의 가능성에 도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고졸 중퇴의 학력만으로도 30여년간 자동차 판금분야에 종사하며 국내 최초의 유선형 세단 스타일 자동차 차체를 개발한 김수봉 (金秀鳳.52) 대우자동차 차체1부 과장. 28년 동안 줄곧 공작정비 분야에만 근무하며 일본이 특허를 갖고 있는 전로설비의 국산화에 공헌, 신의 경지에 오른 '기성 (技聖)' 으로 불리는 연봉학 (延鳳鶴.63) 포항제철 설비기술부 이사보.

당대 최고의 기술을 보유해 산업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기술인들도 '신지식인' 으로 함께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9명의 신지식인중 중.고졸 출신이 5명이나 차지해 학력만이 지식활용의 잣대가 아니라 끊임없는 실험정신과 도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김희선 (金熙善.45) 한국생산성본부 컨설팅사업단 수석 전문위원은 고교졸업후 회사를 다니며 대학원까지 마친 뒤 기업자동화 컨설턴트로 변신, 플라스틱 성형취출용 로봇의 국산화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이번에 함께 선정됐다.

김송학 (金松鶴.36)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 반장도 작업반장으로 일하면서 절단된 철판에서 생겨나는 찌꺼기를 없애주는 슬래그 제거기를 자체 개발해 현장 지식을 공장에서 활용한 신지식인으로 뽑혔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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