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불안기의 주식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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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금리가 뒤뚱거린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종잡기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이유는 금리가 낮았기 때문이다. 요즘 주가가 뒷걸음질 치는 이유도 단기적이나마 금리가 오르는 듯해서다.

금리전망이 뚜렷이 서지 못하는 이유는 국제적인 상황까지 유동적인 탓이다. 미국은 최근 자국의 경제상황을 인플레 초기국면으로 진단하고 금리를 인상해 과열조짐을 진정시키겠다는 뜻을 넌지시 비췄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자국 증시에도 충격을 주게된다. 따라서 금리인상은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국제금융전문가들을 예측하고 있다. 인상폭은 0.75% 포인트 이하 (뉴욕타임스 5월 17일자 전망) 일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점진적으로나마 미국의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그 때문일까. 증권.투신사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과 외국 증권사들은 저마다 금리불안기의 주식투자 요령을 내놓았다.

◇ 당분간 투자전략을 보수적으로 바꿔라 = 대부분의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반기 금리가 10% 이상으로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아직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금리를 급속하게 끌어 올릴 만큼 회복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일단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금리가 10% 대를 넘어서지 않으면 큰 손들은 주식시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큰 손들의 투자종목은 종전의 금융장세에서 보였던 업종별 순환매와 달라질 것이다. 실적우량 종목 위주가 되리란 얘기다. 그동안 주가가 상당폭 오른 만큼 큰 손들은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가오름세를 지속할 수 있는 초우량주를 찾아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르는 주식은 계속 오르지만 내리는 주식은 한없이 추락하는 주가차별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보유종목 중 이익을 낸 종목들을 팔아 현금 보유비중을 높이면서 큰 손들의 선호종목에 편승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목표수익률을 평소보다 대폭 낮추고 수익률에 도달하면 일단 팔아치우는 방법이 유리하고, 매입한 종목이 일정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과감하게 털어버리는 손절매 (損切賣) 도 금리불안기에는 꼭 잊지 말아야 할 투자기법이다.

만일 3개월이상 실세금리가 10%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 일단 보유주식을 모두 매도하고 다음번 투자기회를 기다리는 게 좋다. 대세가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어떤 기준으로 투자종목을 선정할 것인가 = 금리상승 국면에서 차입금 부담이 많은 업종은 일단 피하는 게 좋다. 건설.유통.운송 등이 대표적인 업종들이다.

금융비용부담률이 높은 종목들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런 종목들은 일단 피하는 게 좋고, 상대적으로 금융비용부담률이 낮은 종목은 눈여겨 볼만하다.

금리부담이 낮고, 실적도 좋은 기업이라면 더욱 안전한 종목이라고 할 수있다. 기업실적을 따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요즘들어 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을 실적측정의 좋은 방법으로 권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기업이 본업 (本業)에서 얻은 이익을 말한다. 부동산을 팔거나, 자산재평가 이익을 내는등 특별이익을 빼기 때문에 그 기업의 진짜 실력을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의 경우 향후 성장률을 중시하는데 주당수익률 (EPS) 을 측정기준으로 주로 사용한다.

◇ 간접투자상품을 이용하라 = 큰 손들의 선호종목을 분별해낼 능력이 없거나 장세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할 자신이 없는 투자자들은 투신.증권사의 간접투자상품에 돈을 맡기는 게 좋다.

주식및 공사채형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등이 그런 상품들이다. 특히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식편입비중이 높은 상품보다는 공사채비중이 일정비율 이상인 상품이 바람직하다.

최근들어 증권사 상품 가운데는 주식에 투자하다가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바로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채권등에 투자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복합상품들이 많다.

임봉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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