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KBS·MBC 신설 노인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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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KBS와 MBC가 이달초 정기개편을 맞아 각각 노인대상 프로를 신설했다. 방송에서 소외된 노인들을 적극 끌어들여 공영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KBS2의 '파워 100세' (토요일 오전 10시30분) 와 MBC의 '아름다운 인생' (일요일 오전6시) 이 그것.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 (토요일 저녁7시)가 높은 시청률에도 노인들을 희화화한다는 지적이 종종 제기된 것을 의식한 때문인지 일단 두 프로는 전체 분위기가 비교적 안정된 느낌이다. 노인들의 엉뚱한 발언이나 몸짓이 과대포장되는 경우는 별로 띄지 않는다.

두 프로는 무엇보다 노익장의 건강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령에 관계없이 청장년에 못지 않은 재능과 활달함을 보여준다.

'파워…' 의 '도전!파워무대' 코너. 노인들의 별난 장기가 펼쳐진다. 지난 22일 방송에선 할머니들의 어우동 춤, 물구나무를 선 채 멜로디온을 연주하는 할아버지 등이 소개됐다.

23일 '아름다운…' 에서도 태권도 8단의 69세 할아버지가 출연해 송판 격파.호신술 등의 묘기를 선보였다. 나이를 잊고 사는 노인들의 모습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또한 KBS의 '출동!왕진맨' 코너나 MBC의 '10년만의 외출' 코너는 각각 노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건강문제와 노부부 4쌍의 야외 나들이를 다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석과 대안제시는 미흡한 느낌이다. 두 프로 모두 노년의 활달함과 효도의 중요성을 통해 감동과 웃음을 제시하는 데 무게를 실어 노인세계의 어두움을 들춰내는 일에는 인색했다. 가속화하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지혜의 목소리가 부족한 것.

또한 헤어진 사람을 만나게 하는 KBS '보고 싶은 얼굴' 은 어쩐지 'TV는 사랑을 싣고' 를 닮았고, 무의탁 노인을 돌보는 장애인 부부의 삶을 다룬 MBC '위대한 사랑' 도 일반 휴먼다큐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프로그램 형식에도 더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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