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디자인비엔날레 ‘The Clue-더할 나위 없는’ 주제로 오늘 개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음식을 디자인의 주요 주제로 끌어들인 것은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한 특징이다. 사진은 일본의 요리연구가 스스무 요나구니와 한국의 건축가 오영욱씨의 공동작품 ‘숭례문 광장’. 붉게 보이는 것은 한국의 고추로 불타버린 숭례문의 형상과 부정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빌어주는 상징이라는 이중적인 점에 착안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내 일원에서 일제히 막을 올린다. 광주광역시가 주최하고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주관해 열리는 이 전시는 11월 4일까지 48일간 계속된다. 주최측은 17일 오후 내외신 기자 초청설명회를 열어 올해 참가한 작가와 작품을 공개했다.

올해의 주제는 ‘The Clue-더할 나위 없는’. 새로운 디자인의 돌파구를 마련해보자는 의지가 담긴 주제다. 전시장 곳곳은 한국적 소재가 현대 서양 문화와 만나 어떻게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다름과 다름의 만남’은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핵심 키워드였다. 만남은 새로움을 만들어 냈다. 예술과 산업이 디자인을 매개로 서로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계기를 찾는 것도 이번 전시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다. 세계 48개국에서 519명의 디자이너(국내 159명, 해외 360명)와 376개 기업(국내 92개사, 해외 284개사)이 참여, 모두 1951개(국내 666개, 해외 1285개)의 디자인 작품이 선을 보였다. 독일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부사장), 일본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프랑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영국 요리연구가 제이미 올리버 등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전시됐다.

은병수 총감독은 “그동안 디자인이 앞장서 상품 기획과 생산 기술을 이끌어 왔는데 오늘날은 다소 정체 현상을 보이며 새로운 흐름과 스타일을 못찾아내고 있다”면서 “한국적 소재가 서양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만나 창출해내는 아름다움과 가치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실마리를 찾아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국적 소재와 세계적 아이디어의 만남=전시는 크게 5개의 주제전과 3개의 프로젝트전, 2개의 특별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주제전은 옷(衣), 맛(食), 집(住), 글(學), 소리(樂) 등 삶의 근간을 이루는 5개의 소주제로 세분화됐다. 의, 식, 주, 학, 락 등의 한자어를 옷, 맛, 집, 글, 소리 라는 순우리말로 표현하며 디자인 용어를 확장해 간 점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시가 한국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 포인트는 다른 것과의 만남이다. 예컨대 이탈리아 모자이크 전문 연구기관인 프리울리모자이크 학교 소속 작가들의 작품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이들에게 한국 전통문양이 새겨진 조각보·창살문양·경첩 등을 모티브로 제시해 작품을 의뢰했고, 프리울리의 작가들은 이탈리아 전통 문양과 한국 전통 소재를 결합시켜 한국의 미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인은 아이디어의 세계이며, 우리 삶의 구체적 일상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전시는 보여줬다. 주제전 가운데 ‘집’의 경우도 그렇다. 주최측은 담양에 있는 조선시대 대표적 정원 ‘소쇄원’을 모티브로 새로운 디자인을 해줄 것을 국내외 디자이너들에게 요청했다. 자동차 분야의 세계 3대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피터 슈라이어에게도 이같은 요청을 했고, 그는 쇠파이프를 이용한 독특한 휴식 공간을 제시했다. 한국 전통의 사색과 휴식 공간이 시공을 달리한 작가의 아이디어를 통해 재해석되는 점을 주목할 만했다.

◆지속가능함과 살핌의 디자인=오늘날 디자인의 새로운 화두는 ‘지속가능함’이다. ‘1회용 디자인’을 지양하는 움직임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프로젝트전에서도 이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젝트전은 ‘살림(Design to save)’ ‘살핌(Design to Care)’ ‘어울림(Design to Share)’으로 나뉘어 소개됐다. ‘살림’ 섹션은 지구환경을 살리기 위해 삶의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방안이 모색된다. 세계 각국의 에코 디자인 제품들이 소개됐다. 버려지고 못쓰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새로운 디자인과 만나면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살핌’ 섹션은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광주=배영대 기자 ,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