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좋고…시장 좋고…고객 다리놓기 제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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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영활성화를 위해선 적과 동지가 따로 없다'. 호텔업계가 업종이나 지역, 심지어 경쟁관계의 깊은 골을 넘어 전략적 제휴에 나서고 있다.

신라호텔은 최근 동대문지역의 패션상가인 두산타워와 외국인 유치에 서로 협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약정서를 교환했다. 양측은 셔틀버스를 서로 교차 운행하는 한편 앞으로 두산타워 상품교환권이나 신라면세점 사은품을 제공하는 판촉행사도 함께 벌이기로 했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도 상호 연결해 사이버공간에서도 공동 마케팅을 펼친다.

신라호텔 면세점 영업부문 김남기 (49) 이사는 "신라면세점의 유명 브랜드와 두산타워의 도매상품이 서로 보완하는 구실을 해 외국인 쇼핑객을 동대문상권에 끌어들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 으로 기대했다.

호텔업계의 '전략적 제휴' 선봉장은 힐튼호텔. 이미 지난해 인근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손을 잡았다. 호텔의 외국인 투숙객을 위해 남대문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 안내서를 영문으로 만들어 두는가 하면 상인들에게는 영어.일어 회화 포켓북도 만들어 주었다.

남대문 시장 점포 중 21곳은 아예 '힐튼 프랜들리 숍' (힐튼호텔과 가까운 가게라는 뜻) 으로 간판까지 달았다.

남대문시장 고려인삼백화점 신명호 (42) 사장은 "프랜들리 숍으로 지정된 뒤로 외국인 손님이 10% 정도 늘었다" 며 "일부 상인들은 외국인 쇼핑객에게 사은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고 전했다.

르네상스.프라자호텔 등도 일본 관광객이 몰려든 일본의 대연휴 기간중 투숙객에게 갤러리아백화점 할인쿠폰을 주고 셔틀버스까지 제공하기도 했다.

아예 경쟁호텔끼리 짝지어 '적과의 동침' 을 불사하기도 한다. 신라와 인터컨티넨탈호텔은 이달초부터 두 호텔에서 모두 할인 혜택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멤버십 제휴카드 '더블초이스 2000' 을 발행 중.

호텔 경영에 가장 중요한 노하우인 고객정보가 누출되더라도 서로 약점을 보완해 대고객 서비스를 개선해 보자는 의도다.

웨스틴조선과 쉐라톤워커힐도 지난 2월 스타우드 호텔.리조트 체인망에 흡수되면서 그간 각각 관리하던 마일리지 서비스를 '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 카드로 통합했다.

서울 프라자호텔.경주 현대호텔.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도 지역적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인트 영업 중. 멤버십 카드를 지닌 고객에게는 서로 객실료를 최고 30%까지 할인해 주며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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