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시점 파괴한 '디지털소설'-최대환씨 '클럽정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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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새내기 소설가 최대환씨 (29)가 연작소설 3편을 묶은 '클럽 정크' (문학과지성사.7천원) 를 내놨다.

동명의 술집에 곧잘 드나드는 애니메이션 작가의 잠깐 사랑을 다룬 첫이야기 '화면 속으로의 짧은 여행' 을 시작으로 세 편의 소설은 이쪽의 주인공이 저쪽에 주변인물로, 저쪽의 주변인물이 이쪽의 주인공으로 뒤바뀌면서 한데 연결된다.

공통된 무대인 술집 '클럽 정크' 가 주인공들이 안주할 공간이 아니듯이, 세 편의 이야기는 각각 기승전결의 드라마로 완결되기 보다는 마치 흘러가는 인생의 짧은 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처럼 읽힌다.

순간포착의 특징은 문체에서도 드런난다.

예컨대 작가는 술집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에도 마치 위치가 고정된 한 대의 카메라를 통해 보는 듯한 수법을 쓴다.

인물들이 카메라의 뷰파인더 바깥으로 나갔을 때,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독자가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주인공을 3인칭으로 묘사하면서도, 전지적 작가 시점을 완전히 포기하는 이같은 방식에 대해 평론가 김동원씨는 '디지털 소설' 이란 별명을 붙였다.

대상을 부분의 집합체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 인식하는 '아날로그 소설' 의 반대란 것이다.

'디지털' 을 도입한 작가의 자의식에는 활자와 영상의 경쟁에 대한 자의식이 깔려있을 터.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줄거리 전개 역시 이같은 자의식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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