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터뷰] '릴리스페어'기획자 맥라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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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올해 그래미상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 팝계에서는 갈수록 여성들의 힘이 막강해지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는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고 음악적으로는 90년대 초반 얼터너티브록의 물결이 지나간 뒤 부드러운 느낌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음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이런 여성파워를 가장 잘 보여주는 행사가 바로 '릴리스 페어' 다. 97년 이후 매년 30여명의 여성 가수들이 2개월 동안 미국 전역과 캐나다를 순회하며 벌이는 이 행사는 새라 맥라클란 (31) 이 혼자서 기획.주최하고 있어 더욱 화제다.

맥라클란은 한국에서도 '이디아' '앤젤' 같은 노래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 포크가수. 7월8일 개막될 릴리스 페어의 홍보를 위해 유럽을 순회중인 그와 E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 릴리스 페어를 구상하게 된 동기와 배경은.

"처음에는 간단했어요. 그동안의 음악 페스티벌은 남성 중심이었잖아요. 여자들만의 잔치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여자끼리 있으면 수다도 떨 수 있고 즐겁잖아요. "

- 올해 행사의 특징이 있다면.

"그동안 백인 여성과 포크음악 위주여서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올해는 딕시 칙스 같은 컨트리 그룹에서 록밴드 러시어스 잭슨, 리듬 앤드 블루스의 모니카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를 포괄할 생각이며, 흑인 뿐 아니라 일본의 치보 마토 같은 밴드까지 참여할 예정이니 다양한 구색을 갖춘 셈이죠. 아, 그리고 또 하나. 릴리스 페어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거에요. 가장 성공적일 때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

- 대스타들이 한꺼번에 모이는데 갈등 같은 것은 없는가.

"많은 사람들이 여자들끼리 모이면 질투심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달라요. 무대 뒤에서는 수다도 떨고 깊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죠.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수전 베가와 시니어드 오코너는 가장 인상 깊은 인물들입니다. "

- 릴리스 페어의 관객은 대다수가 여성일 것 같은데.

"물론 다수가 여성, 특히 그 중에서도 여대생인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아주머니들도 많아요. 작년 공연 중반부터는 남성들도 급격히 늘어나더군요. "

- 일부에서는 이 행사를 페미니즘적인 성격으로 본다.

"사실은 오해에요. 릴리스 페어는 여성의 힘을 보여 주려는 것도 아니고,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려는 운동도 아니죠. 기존 페미니스트들이 보더라도 내용물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

- 최근 팝계의 '여성파워'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상 사람들이 통념에서 깨어나 여성의 음악을 이해하게 된 것 아닐까요. 지금 시대가 여성만이 가진 무언가를 요구해서는 아닌 것 같아요. "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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