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주석 '제2의 鄧'된다…퇴임후 영향력행사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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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이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위상강화에 나섰다.江주석에 대한 예우를 '제2의 덩샤오핑 (鄧小平)' 수준으로 격상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부 (國父) 쑨원 (孫文) 과 건국의 주역 '마오 (毛) 주석 - 마오쩌둥 (毛澤東)' 에 버금가는 자리에 추대되는 셈이다.

이는 2002년 江주석의 총서기직 임기가 끝난 뒤를 위한 사전대비다.

江주석을 鄧과 동격으로 끌어올리려는 이같은 조치의 목적은 퇴임후에도 江주석이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데 있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동시에 이같은 과정을 거쳐 당내의 권력이동을 순조롭게 진행시키겠다는 포석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8일 당내 고위소식통을 인용, "오는 9월말 개최될 당 4중전회에서 江주석을 '제2의 鄧' 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사안이 확정될 것" 이라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확정된 구체적인 격상안은 크게 네가지다.

첫째는 은퇴후 江주석에게 '국가 지도자' 란 호칭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2002년 이후에도 江주석이 권력의 핵심인 당중앙군사위 주석직을 계속 보유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장쩌민 이론' 을 '덩샤오핑 이론' 과 동등한 위치로 격상시킨다는 대목. 요컨대 권력에서뿐만 아니라 이론에서도 江주석은 鄧과 맞먹는 지위를 누리게 된다는 얘기다.

마지막 조치는 이같은 세가지 조치를 인민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친근감 주기 전략' 이다.

즉, 鄧에게 바쳐졌던 것과 유사한 '인사말' 을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다.

鄧의 경우 지난 84년 10월 1일 국경일 당시 천안문광장에 '샤오핑 (小平)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이 등장한 뒤 이 말은 전인민적인 인사말로 자리잡았다.

江주석에 대한 인사말로는 현재 '쩌민 할아버지, 고생많으십니다 (澤民, 辛苦了)' 가 가장 유력하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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