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무릎팍 도사 ‘귀선생’ 정시연양

중앙일보

입력

“붐처럼 웃기고 싶어요.”(닉쿤) “일단 한국말부터 배우세요.”(귀선생) “32살인데 얼굴에 여드름이 나요.”(김태현) “텔레비전 말고 라디오에만 나오세요.”(귀선생) 어른들의 복잡한 고민을 쉽고 명쾌하게 해결해주는 리틀 무릎팍 도사 귀선생 정시연(8·화성 율목초2)양이 화제다. MBC ‘환상의 짝꿍’에서 ‘귀선생의 참 쉬운데’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정양은 재치 있는 입담과 넉살로 MC와 출연자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귀선생’이란 별명은 ‘귀여운 선생님’의 준말로 정양이 직접 지었다. 어른들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그 탁월한 예능감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어딜 가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과 넘치는 에너지, 이것이 시연이의 장점이에요. 솔직히 끼보단 깡이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니 허춘화(33·화성시)씨는 당당함과 열정을 정양의 장점으로 꼽았다. 사실 정양은 ‘환상의 짝꿍’재수생이다. 평소 퀴즈 푸는 데는 자신 있었다는 정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출연신청을 했다가 떨어졌다. 그러나 새로 생긴 학교 도서관에 자기 이름으로 책을 기증하겠다는 일념으로 2학년 때 다시 출연신청을 했다.

하지만 면접 당일 쟁쟁한 지원자들을 보자 긴장이 됐다. 자신은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는데 바이올린 연주, 발레, 댄스 등 현란한 장기를 뽐내는 경쟁자들을 보니 막막했다. 고민 끝에 ‘차별화’를 택했다.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잘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확실하게 망가지고 웃겨주기로 한 것. 결국 그는 면접관들 앞에서 1박 2일 멤버들이 췄던 ‘무조건’ 댄스와 ‘골룸’ 흉내를 보여주고 합격했다. “합격비법이요?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는 기본이고요, 무조건 웃어야 돼요. ‘몰라요’라는 말은 탈락의 지름길이고요.”

귀선생의 학교 성적은 어떨까. 허씨는 “시연이가 얼마전 수학 시험에서 75점을 받았다”며 웃었다. 정양이 옆에서 야무지게 말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어. 엄마 때문에 전날 밤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는 바람에 시험을 오히려 못 봤잖아.” 초등학교 2학년짜리 치고는 한자성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게 신기했다. 알고 보니 정양은 다섯 살 때부터 한자공부를 시작해 공인 4급까지 땄다고 한다. 허씨는 “한자공부를 한 덕분에 언어 구사력과 어휘력이 또래 친구들보다 풍부한 편”이라며“사실 학교 공부도 곧잘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귀선생 시연이가 탄생하기까지는 엄마의 공도 컸다.‘혼낼 때는 엄하게, 평소에는 친구처럼’이라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허씨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양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친구들과 다투지는 않았는지 등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물어본다.

일방적으로 다그치고 강요하는 것도 절대 금물. 얼마전 좋아하는 태권도를 그만두고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정양은 “학원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렸다. 허씨는 영어학원에 가기 싫은 이유가 뭔지 물어보고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영어가 재미없고 어려워도 지금 배워둬야 해. 그래야 나중에 외국 사람들이 영어로 시연이 흉을 볼 때 당당하게 대꾸할 수 있어”라고 다독였다. 다소 엉뚱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해야만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수긍한다.

허씨는 주말에 정양과 가요 프로그램을 보면서 춤까지 함께 춘다. 구연동화를 읽어주고 배역을 정해 책 내용으로 연극을 하기도 한다. 정양과 머리를 맞대고 유행어를 만들거나 콩트 줄거리까지 연구한다. 덕분에 정양은 매달 열리는 반 장기자랑 대회에서 늘 1등을 차지한다.

그러나 정양은 “엄마는 화가 나면 괴물(?)로 변한다”며 눈치를 살핀다. 행여나 정양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흐트러지거나 거만해질까 봐 더욱 엄하게 가르치기 때문. 회초리를 들 때도 있지만 그 후엔 꼭 정성스레 적은 편지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러면 정양도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인정하고 엄마를 꼭 안아준다고.

원래 정양의 꿈은 과학자였지만 방송에 출연한 뒤부터 개그맨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행복해서란다. “엄마가 개그맨을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해서 요즘은 책을 많이 봐요. 똑똑한 개그맨이 될테니 저 많이 사랑해주세요!”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기자 jwbest7@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