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명곡20] 9. 카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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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클래식을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곡. 바로 뮌헨 태생의 작곡가 카를 오르프 (1895~1982) 의 세속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 (1937년) 다.

작열하는 타악기와 장엄한 합창의 포효로 시작되는 서곡 '오 포르투나 (운명의 여신이여)' 는 20세기 최고의 팝 클래식. 시종 긴박감을 자아내는 리듬과 액센트, 단순한 화음의 기계적 반복, 거칠면서도 즉각적인 효력을 나타내는 에너지로 인간의 원초적 심성에 강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재즈와 현대기법을 혼용한 음악 스타일도 또 다른 인기요인이다.

시그널 음악은 물론 커피.휴대폰.고급승용차 광고음악, '엑스칼리버' '도어스' 등의 영화음악으로도 사용됐다.

96년 영국 '클래식 CD' 지가 발표한 클래식 순위에서 비발디의 '사계' ,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작품 제목은 '보이렌의 노래 모음' 이라는 뜻의 라틴어. 바이에른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발견된 수도승들의 필사본에 담긴 중세 음유시인.수도승들의 노래들이다.

운명을 탓하면서 술과 여자에 탐닉했던 이들의 노래 중 24곡에 가락을 붙인 것. 라틴어.프로방스어.프랑스어 등이 뒤섞인 어려운 가사가 간혹 퇴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봄의 찬미' '술집에서' '사랑' 등 크게 3부로 구성돼 있으며 13종의 타악기가 동원되는 대편성 관현악과 혼성합창, 소프라노.테너.바리톤 독창자를 위한 음악이다.

지난 94년 국립발레단.합창단이 상연해 호평받았던 이 곡은 37년 프랑크푸르트 초연 때부터 발레와 음악이 결합된 형태로 공연됐지만 음악만 따로 연주되기도 한다.

음악의 중심은 합창에 있으며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독창자들은 부수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데 그친다.

아동 음악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던 오르프는 이 작품을 2대의 피아노와 5명의 타악기 주자를 위해서도 편곡했다.

◇ 추천음반 = ▶오이겐 요훔.베를린 도이체 오퍼.군둘라 야노비츠 (DG) ▶앙드레 프레빈.런던심포니 (EMI) ▶레너드 슬래트킨.세인트루이스심포니.실비어 맥네어 (RCA) ▶주빈 메타.런던필하모닉.조수미 (텔덱) ▶샤를 뒤투아.몬트리올심포니 (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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