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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子 山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1호 11면

새벽부터 나선 길이 제법 상큼하게 쌀쌀합니다. 힘들지만 의미 있는 길을 가는 母子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씩씩한 엄마와 쑥스러워 하는 아들입니다. 뒤로 지리산 천왕봉이 보입니다. 그녀는 지금 아들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을 시작으로 강원도 진부령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걸어서 가려 합니다. 어림잡아 두 달은 걸린다고 합니다. 중산리 입구에서 막걸리를 곁들여 아침식사를 하고 “모두 고마워” 하며 웃는 얼굴로 돌아섭니다. 마음이 찡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그녀는 1984년 정월 초하루부터 76일간 백두대간을 홀로 걸었고, 86년에는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강가푸르나봉을 오른 ‘남난희’입니다. 젊은 세월은 가고 지금은 낮은 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홀로 걸을 때는 너무 외로워서 석유 버너 소리를 친구 삼았는데 이제는 아들을 친구 삼아 걸을 수 있어 좋네” “더 늦기 전에 꼭 가려고”. 막걸리를 마시며 독백 같은 대화가 이어집니다. “아들, 잘할 거야.”

설렘과 불안함이 그녀의 마음에 자리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분명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갈 겁니다. 그녀는 산신령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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