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내 정치적인 이익 위해 대표직 활용하는 일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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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왼쪽에서 셋째)가 11일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에서 넷째) 자택을 방문해 대표 취임 인사를 했다. 왼쪽부터 정양석 대표비서실장, 이병석 의원, 정 대표, 김 전 대통령, 조윤선 대변인, 박진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당 대표직을 활용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10일 오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담담하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사심 없이 하겠다’고 대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68석 거대 여당의 당 대표를 맡은 뒤 그에게선 바람소리가 인다. 이날도 공식 일정만 8개를 소화했다. 인터뷰는 국회 본관 1층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진행됐다.  

만난 사람=최훈 정치부문 데스크

-9일 대통령과 20분간 단 둘이 만났다. 특별한 당부가 있었나.

“담담하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 한나라당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내가 중책을 맡았으니…. 혹시 경험이 부족해서 잘못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가 있으시겠지. 저는 사심 없이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담담하게 일하라는 건 어떤 취지였나.

“정치인들은 다양한 유형이 있다. 튀어야 잘되는 사람도 있고 평소에 조용한 분도 있고…. 한나라당이 큰 살림이니까 한 사람이라도 소외시키지 말고 화합해 일하라는 말씀으로 생각했다.”

-한나라당에 칸막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친이명박계-친박근혜계 간 갈등은 어떻게 풀어갈 건가.

“어떤 분들은 나를 두고 친이도, 친박도 아니라고 하던데 나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당에서 친이, 친박을 빼면 뭐가 남나. 다만 그게 계파든, 연구모임이든 좀 개방적인 성격을 띠어야 한다고 본다. 개방적으로만 운영된다면 더 이상 칸막이가 아니다.”

-박희태 전 대표의 양산 공천도 어려운 문제인데.

“잘되셨으면 한다. 공천심사위원회에� 판단하겠지만 당 기여도도 고려한다고 하니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당 복귀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사흘 전에 (대표가 된 뒤) 통화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에 큰 기여를 하신 분 아니냐. 당에서 그분에게 적절한 예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귀 시기나 방법은 본인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

-여야 관계는 여전히 교착 상태다.

“정권교체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야당이 저러는 것도 좀 이해를 해야 하지 않나. 여당도 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공개적인 대화거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뭔가.

“개헌한 지 20년이 지났다. 여야가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 여야 의원 186명이 가입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돼 개헌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많은 재산이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나.

“그걸 비판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걸림돌도 된다. 부자이기 때문에 부자가 아닌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도식적인 사고 아닌가. 지금은 서민이 아니지만 중학교 다닐 때 우리 집안이 특별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어려운 사람들을 자주 만나 도움이 되려 노력하는 게 그분들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표와 친분이 두텁다(※두 사람은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 박 전 대표의 장점은 뭔가.

“박 전 대표는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신 뒤 영부인 역할을 하며 경험을 쌓으셨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다. 그게 박 전 대표의 내면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장단점은 뭔가.

“중요한 문제들은 다 국제적인 문제다. 남북 문제도 국제 문제고, 지난해 쇠고기 문제도 그렇다. 그래서 국제적인 현상에 관해 이해하고 있으면 다소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단점은 구두쇠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던데(웃음). 역시 정당 경험이 아직 일천하다는 게 단점이 될 수 있겠다.”

-축구와 정치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축구는 흔히 내셔널리즘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동시에 가장 세계화된 종목이 축구다. 정치도 그렇다. 팀워크가 있어야 하는 것도 공통점이고, 동시에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한 것도 같다. 각 당에 스타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2007년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 이명박 후보와 교감이 있었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많이 흔들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희태 당시 국회부의장을 통해 입당하겠다는 연락을 했다. 입당 회견을 하기 전에 이 후보와 아침식사를 했다. 이 후보와 제가 둘이 앉아 식사한 건 그때가 처음이다. (현대 시절을 포함해) 단둘이 뭐를 한 건 처음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입당하겠다고 하자 이 후보가 고맙다고 하더라.”  

정리=선승혜·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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