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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미래 ‘어메니티’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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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메니티(amenity)’는 라틴어의 아마레(amare·사랑하다)에서 유래했으며, 쾌적함·유쾌함 등을 뜻하는 단어다. 19세기 도시환경의 개선을 위한 도시계획 목표에서 출발해 1990년대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농촌 어메니티 정책이 유행하면서 의미가 확대됐다. 농촌 특유의 자연환경과 지역 공동체 문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농촌의 모든 경제적 자원이 ‘농촌 어메니티’인 것이다.

서유럽에서는 이러한 농촌 어메니티를 농촌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해 정부의 농업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농촌개발의 중요한 분야로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정책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충남 서천군은 침체일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3년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하면서 어메니티를 지역발전 비전으로 설정하고 정책개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처음 도입할 때에는 전문가들조차 잘 모르는 용어였고, 더구나 외국어라는 인식에서 찬반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토론과 학습을 거치면서 차츰 공감을 얻게 되었다. 이제 서천군에서는 어메니티 하면 좋은 느낌, 자연과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는 정도는 아는 것 같다. 이를 바탕으로 서천군은 2007년 18년간 표류해오던 장항국가산단 갯벌매립을 포기하고 국립생태원과 해양생물자원관 등 정부대안사업을 유치하여 생태도시의 비전을 다시 그릴 수 있었다.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이 바로 어메니티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있다.

나소열 서천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