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들뜬 증시… 돌을 옥으로 착각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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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증권사 직원 - "아무리 금융장세라지만 종합지수 750 이상은 위험합니다.

일단 처분하고 조정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 고객 - "그랬다가 주가가 더 오르면 어떡하지요?" 할 말이 없다. 750을 정복하고 보니 800도 만만해 보인다. 이것이 요즘 증권사 객장의 분위기다.

시장은 마치 거대한 용광로 같아 웬만한 악재는 순식간에 녹여버린다. 지하철노조의 파업을 무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실제로 시장주변엔 긍정적인 뉴스들이 더 많다. 뉴욕에서 거래되는 우리 국채에 대한 가산금리가 발행후 처음으로 1%대로 내렸다.

산업은행은 외화채권 10억달러 발행계약을 체결했고 국민은행은 미국 5대 증권사중 하나인 골드먼삭스를 새 파트너로 껴안았다.

더욱이 19일에 발표된 대우그룹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계획은 실행 여부를 떠나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대우그룹 상장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폭등했다.

15일 (종합지수 +34포인트).19일 (+41포인트) 의 연이은 주가 폭등이 주는 기술적인 메시지는 뭘까. 아직 94년 이후 장기침체의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싶은 것이다. 이제는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매일, 매주 승승장구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주간단위로 본 종합지수는 지난주까지 연속 8주를 상승, 2월저점 대비 54% 올랐다.

특히 19일까지 단 하루 (14일) 을 제외하고 14일 연속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일에 이어 19일에도 주가가 내린 종목수가 오른 종목수보다 많았다. 주가상승이 일부 종목들로 좁혀지고 있다는 의미다.

고객예탁금이 7조원으로 늘었다지만 거래대금 또한 지난 16일 4조8천억원으로 폭발했다. 즉 고객예탁금 5조원에 대해 거래대금이 3조원이었던 지난 1월초보다 더 극심한 과열상태를 연출한 것이다.

이동평균선은 어떤가. 주가가 이동평균선에서 멀어질수록 이들 평균선으로 강하게 복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19일 현재 종합지수는 20일.60일.120일이동평균선에서 각각 16%.30%.42% 벗어나 1월초에 기록했던 12%.35%.61% 수준을 넘어섰거나 근접해 있다.

내재가치를 따지는 분석가들 역시 우려를 나타낸다. 주가가 오른다고 이익도 덩달아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바탕 광풍이 지나고 나면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다. 기관 (외국인 포함) 이 좋아하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성철 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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