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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전문경영인체제로'…김대통령 '강력한 국정'표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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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를 주재, 최근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대한항공과 서울 지하철 파업사태 등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지시했다.

金대통령이 노사 모두에 경고했지만 특히 사기업인 대한항공에 대해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강력한 정부' 를 표방하는 청와대의 향후 개입수준.강도 등이 주목된다.

金대통령이 지난주 5대 그룹도 워크아웃 (기업개선작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이후 강봉균 (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은 워크아웃 가능성이 있는 대상으로 현대.대우그룹을 거명했으며, 康수석은 대우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인 20일엔 "현대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계열기업 개편을 해야 한다" 고 구체적으로 적시한 바 있다.

金대통령은 대한항공 상하이 (上海) 사고와 관련해 "항공업은 단순한 사기업으로 볼 수 없다" 고 전제, "대한항공은 근본적으로 전문경영인이 나서 인명 중시 경영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대한항공 문제는 외국 항공사의 업무제휴가 단절되는 등 단순히 대한항공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신인도에도 치명적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사기업 문제가 아니라 국가 문제" 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보아도 오너 경영의 잘못된 표본 케이스라고 지적하고 있다" 며 "경직된 권위주의적 경영으로 종업원의 사기가 저하돼 있고 직장 이탈도 심하며 정당한 의견 상신을 억제해 분위기가 침체돼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건설교통부에 대해 "정부가 적당히 체면치레로 제재를 하니 (기업이) 아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며 "정부가 경고했는데도 철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일어난 사고는 인재이자 정부 책임이므로 이번 기회에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을 세우라" 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언급을 사기업에 대한 간섭으로 해석해선 안된다" 며 "다만 정부는 이번만은 정부의 권한을 갖고 사고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을 반드시 세우겠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이어 "서울 지하철 파업은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쟁의행위이므로 용납할 수 없다" 고 단언하고 "확고한 태도로 엄정하게 대처하라" 고 지시했다.

金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며 "합법적인 비폭력 노동쟁의는 용인해야 하지만 불법.폭력 쟁의에 대해선 확고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고 거듭 역설했다.

한편 강봉균 경제수석은 이날 "정부는 (기아차 인수.반도체 빅딜 등으로) 현대그룹의 외형이 확대된 만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자구노력과 핵심 역량 위주의 계열기업 재편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며 "현대는 채권은행과 정부에 약속한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철저히 이행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康수석의 발언은 대우에 준하는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현대측에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돼 현대의 후속조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연홍.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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