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소방대원 모세레이 6년 노사분규 해결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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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 소방대원의 영웅적인 인명 구출을 계기로 6년 동안 끌어오던 시 당국과 소방노조와의 분규가 해결, 미국 사회에 잔잔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지난 12일 낮 조지아주 애틀랜타 도심. 아파트로 재건축되던 5층 규모의 방적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크레인 기사 이베르스 심스 (49) 는 70m 높이의 크레인에서 작업 중이었는데 불길은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크레인 꼭대기까지 치솟아 올랐다.

심스는 화염을 피해 통나무다리 같은 크레인의 한쪽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피신했고 땅위에서 이를 올려다보던 사람들은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 했다.

위급한 순간 시 소방대의 구조 헬리콥터가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거센 불길로 헬기가 폭발할 우려가 있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중을 몇차례 선회하던 헬기에서 소방대원 한명이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매트 모세레이 (30) 였다.

마치 공중 곡예하듯 밧줄에 매달려 크레인으로 접근했다가는 다시 떨어지기를 3~4차례 반복하던 끝에 모세레이는 화염.매연속에 갇혀 있던 심스를 가슴에 끌어안는 데 성공했다.

인근 주민은 물론 TV 생중계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보던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중엔 지난 6년 동안 소방 노조와 불화를 겪으며 노조지도자들에게 면담조차 거절했던 빌 캠벨 시장도 포함돼 있었다.

모세레이의 용기에 감동한 시장은 결단을 내렸다.

노조측에 화해조치를 전격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캠벨 시장은 다음날 노조 지도자들을 직접 사무실로 불러 시 소속 전체 8백여 명의 소방대원에게 2천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노후화된 소방 장비들을 전면 교체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캠벨 시장과 소방노조의 갈등은 지난 93, 97년 선거에서 노조가 두 번씩이나 캠벨의 상대 후보를 지지하면서 시작됐다.

캠벨 시장은 지난해 경찰공무원의 연봉을 2천달러 올려준 데 반해 소방공무원은 경찰보다 덜 위험한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인상 대상에서 배제,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모세레이는 13일 시장과 함께 TV 방송에 출연, "시장과 허심탄회하게 일대일 대화를 가지면서 우리가 시민을 위한 공동의 짐을 함께 진 봉사자임을 깨달았다" 며 "우리들이 좀 더 성숙해지지 않는다면 자칫 인간성의 본질적 요소를 잃을 수 있다" 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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