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정부 붕괴…인도 정국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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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가 이끄는 인도의 연립정부가 17일 붕괴돼 정국혼란이 재연되고 있다.

힌두교 민족주의를 표방한 바지파이 총리의 인도 인민당 (BJP) 연립정권은 출범 13개월만에 국회 신임투표에서 찬성 2백69표.반대 2백70표의 한표 차이로 패배했다.

바지파이 총리는 즉각 키르체릴 라만 나라야난 대통령에게 사임장을 제출했으며, 제1야당이자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미망인인 소냐 간디 여사가 이끄는 국민회의당은 후속 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 배경 = 바지파이 연립내각의 붕괴는 세계 최대 민주국가인 인도의 정국혼란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내각 붕괴 직후 인도 종합주가지수는 6.88%나 곤두박질쳤다.

분란의 불씨는 힌두교 민족주의자인 바지파이 총리의 외교.군사 강경책에서 출발했다.

그는 집권 2개월만에 지하 핵실험을 강행했고, 1주일 전에는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새로운 장거리 미사일까지 쏘아올렸다.

그의 대중적 인기는 높아졌지만 의회에서는 지루한 말씨름에 직면했다.

핵.미사일 실험이 국제적인 경제제재를 초래, 경제가 불안해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연정에 참여한 지역정당인 바후잔 사마즈당이 "외교강경책에 신물이 난다" 며 맨 먼저 등을 돌렸고, 여배우 출신 자야람 자야랄리트가 이끄는 AIADMK (의석 18석)가 "서부 인도지역의 빈곤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고 반발하면서 결정적 위기를 맞았다.

인도에서 연정붕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3년간 다섯번 정권이 교체됐다.

96년의 바지파이 1차 연립내각은 13일만에 붕괴됐다.

91년부터 총선만 세차례 치러졌다.

수명을 다한 국회는 한번도 없었다.

지역.종교에 따라 43개 정당이 난립함에 따라 의석 과반수 (2백73석) 를 넘는 거대정당이 없어 언제나 불안한 연립정권에 의지했다 (바지파이의 BJP는 1백82석) .

◇ 전망 = 향후 정국의 열쇠는 소냐 간디 여사와 그녀가 이끄는 국민회의당 (1백40석) 이 쥐고 있지만 정치안정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인도 정치분석가들은 국민회의당이 일단 소냐 간디 여사를 총리로 한 연정을 2~3일내로 출범시킨 뒤 안정의석 확보를 위해 올 하반기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과반수에 크게 못미치는 데다 ^경제정책에 대한 공산주의 정당들의 끊임없는 도전^신분제도인 카스트를 둘러싼 군소정당의 반대^지역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지역정당의 할거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 인도의 정국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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