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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PC통신, 방송제작 '감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13일 저녁6시30분 용인 에버랜드에서 90분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2 '특집 뮤직뱅크'. 지난 3월초 시작된 '사이버 리서치' 코너에서 김민종.주영훈.임창정의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를 놓고 시청자 평가가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심사기준은 무대 표현력.가창력.순발력 3가지. 결과는 주영훈의 판정승. 각각 한양대 연극영화과.동국대 영화과 학생 6명씩이 PC를 통해 채점결과를 입력해 방송국으로 보냈다.

지난 6일 방송분에선 god.SHARP.1TYM의 신곡에 대한 시청자 만족도를 알아보았다. 새롬소프트와 한글과컴퓨터 사원이 안무.의상.음악성 3부문에 걸쳐 점수를 매겼다.

가수가 노래하는 도중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컴퓨터로 입력하면 노래가 끝나는 순간 TV 화면에 채점 결과가 그대로 뜬다. 때문에 출연가수들은 평소보다 열심히 노래하게 된다.

인터넷과 PC통신으로 상징되는 사이버 공간이 TV 제작환경을 크게 바꾸고 있다. 시청자 목소리가 거의 동시적으로 제작에 반영되는 것.

'뮤직뱅크' 의 경우 메트록스라는 특수장치가 심사단이 보낸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전환해 안방으로 내보낸다.

장비를 개발한 광장커뮤니케이션 이규동 대표는 "전송망 미비 등으로 시청자 의견을 듣는 창구 정도로 인식됐던 사이버 공간이 최근 PC 보급이 증가하고 장비도 발달하면서 프로그램의 주요 소스로 떠오르고 있다" 고 말했다.

'뮤직뱅크' 는 또한 PC통신 투표인단을 통해 출연자를 결정한다. 2만여 명으로 구성된 투표인단이 인기가수 순위를 결정하고 그 가운데 8팀이 매주 나오게 된다. 시청자와 대화를 통한 쌍방향적 의사소통인 것이다.

이렇듯 사이버 공간을 통한 시청자 참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KBS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 의 '말말말 플라자' 코너에선 통신에 실린 일반인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서세원쇼' 의 '토크박스' 코너에선 선정된 아이템을 통신에 미리 올려 설문조사를 벌인다.

사례는 다소 다르지만 MBC '생방송 임성훈입니다' , SBS '한선교.정은하의 좋은 아침' , KBS '길종섭의 쟁점토론' 등에서도 여러 현안에 대한 시청자 찬반을 통신과 전화로 접수해 방송 도중 그대로 발표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방송3사의 전체 프로그램 중 50~60% (대략 KBS 55개, MBC 45개, SBS 35개)가 인터넷.PC통신에 방을 마련하고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뮤직뱅크' 김충 PD는 "방송의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시청자 참여도 늘어난다" 며 "쌍방향 대화가 핵심인 사이버 공간은 결국 시청자 주권시대를 앞당길 것" 이라고 예견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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