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돌파구는 유통!] 중. 신개념 시장을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시장이 단순히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나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란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진혁 연구원은 "시장은 그간 자연스럽게 형성돼 왔으나 이제는 인위적으로 만드는 시대"라고 말했다.

최근 고객이 적극적으로 즐기고 체험하면서 구매를 유도하는 '복합화시장'이 선보이고, 쇼핑의 편의성을 앞세운 전자상거래 열풍도 거세다. 산업자원부 김성환 유통물류과장은 "이들 신(新)유통이 한국 유통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놀이.문화.이벤트를 판매와 결합시킨 코엑스몰. 이 곳에는 10~20대 젊은이를 중심으로 매일 8만명이 몰려들어 불황을 모른다.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몰은 젊은이들의 쇼핑.놀이 천국이다. 코엑스몰은 구상 단계부터 철저히 계산된 엔터테인먼트형 상가다. 설계를 맡은 미국 컨설팅업체인 RTKL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메가박스(복합영화상영관.하루 평균고객 1만5000명), 아쿠로리움(수족관.4000명), 반디앤루니스(서점.1만명) 등 16개 시설을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고객을 우선 유인하는 시설인 셈이다.

코엑스몰 김동일 운영팀장은 "목 좋은 곳을 선점해 손님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적극적으로 사람을 끌어 모아야 장사가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하루 8만명이 찾고 그중 70%가 10대 후반~20대 후반이다. 코엑스몰 3만6000여평의 220개 가게 중 현재 빈 곳은 불과 2개.

코엑스몰 측은 "올해 내방객이 지난해보다 10% 늘어났다"며 "빈 매장 두 곳의 입점 경쟁률도 10대 1이 넘는다"고 말했다. 장사가 잘되자 코엑스몰은 메가박스에 임대 보증금 100억원을 더 내라며 지난 10일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기도 일산의 웨스턴 돔과 라페스타, 부천 상동의 복합문화센터 등도 판매와 놀이.문화.스포츠를 결합한 대표적인 복합시장이다. 분양 시장이 죽을 쑤는 가운데 이들 상가는 높은 계약률을 기록했다. 부천복합문화센터 상가 194곳은 한 달 만에 모두 팔렸고 실계약률도 97%에 이른다. 문화센터 관계자는 "270m 길이의 슬로프를 갖춘 돔형 실내스키장과 다양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가 손님을 끌어 모을 것이란 입소문 덕분"이라고 말했다.

일산의 웨스턴 돔도 1만4493평의 상가 중 95% 이상 계약됐다. 시공사인 한라건설 관계자는 "자연 통풍과 채광이 가능하도록 300m 보행자 도로를 돔 구조로 씌워 산책을 하면서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팽창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의 총 거래규모는 2001년 3조3470억원에서 2003년에는 7조548억원으로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원래의 전자상거래보다 부차적인 시장이 더 커지는 이변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게임 아이템 시장으로 '가상머니'.'온라인 계정'까지 현물이나 다름없이 사고 판다.

인기 사이트인 아이템베이의 경우 하루 거래량은 1만건을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아이템'과 '계정'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게임업계는 "평균 거래액이 10만원 정도여서 이 사이트의 실제 매출액이 3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최근 정부에 '아이템 유상거래 제한에 관한 입법 건의문'을 제출했다. 불과 2년 전에 선보인 아이템 거래시장이 1조원에 육박해 올해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 7000억원대를 웃돌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 오프라인 시장의 소비자를 끌어가고 있다. 경매사이트인 옥션은 지난 1분기 매출액이 2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가량 증가했다. 불황에 아랑곳없이 회원수도 1000만명을 돌파했다. 옥션의 배동철 이사는 "신유통인 전자상거래 시장이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며 "현재 전체 유통시장의 4%에 불과한 전자상거래 비중은 2010년까지 10%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호 기자, 한지연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