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 대신 성숙감…이승철 새앨범 '1999'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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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30대 가수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라면, '10대를 따르자니 몸이 안 움직이고,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하자니 호주머니가 썰렁하다' 는 딜레머를 꼽을 수 있다.

헌데 이승철 (33.사진) 의 경우는 이 '낀세대 컴플렉스' 에서 자유롭다.

"가수가 나이를 먹으면 음악도 함께 가야한다" 는 명쾌한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 그의 말마따나 최근 발표한 앨범 '1999' 에는 10대들을 유혹할 만한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음악 대신 성인들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자줏빛 톤의 노래들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성인용' 음반. 특히 이혼 후 처음 내는 앨범인 탓인지 농밀한 내면의 세계도 엿볼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음반을 만들 것인가를 놓고 물론 고민했죠. 결국 '팬들도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그가 택한 방향이 옳았다는 것은 판매량에서 먼저 드러난다. 더블앨범인데도 발매 1개월만에 15만장이나 팔렸다.

하지만 판매량보다 이승철을 더 기분 좋게 하는 점은 '철들었다' 는 주위의 이야기다. 대마초 사건, 탤런트 강문영과의 이혼 등으로 '사고뭉치' 취급을 당했던 그는 이번 음반으로 성숙한 음악성과 가수로서의 성실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규 앨범으로는 6집인 셈이고 베스트.라이브 음반까지 포함하면 통산 18번째 작품인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팝발라드풍의 '오직 너뿐인 나를' .이전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절제미가 돋보인다.

깔끔한 발라드곡 '사랑이란' 이나 김정호의 곡을 리메이크한 '이름모를 소녀' 도 귀를 즐겁게 한다.

다른 한장의 CD에는 '마지막 콘서트'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같은 그의 대표곡 11곡을 라이브 버전으로 제공한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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