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헛도는 위성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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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위성방송 실시의 법적 근거가 되는 통합방송법안의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이 소유한 첫 방송위성인 '데이콤 오라이언' 이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95년 한국통신이 처음 쏘아올린 무궁화1호 위성은 궤도진입에 차질을 빚어 거의 용도폐기된 상태고, 이듬해 발사된 무궁화2호도 지상에서의 준비부족으로 2년이 넘도록 방송중계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들 2개 위성에 3억달러가 투입됐다.

지상의 잘못으로 막대한 외화가 우주공간에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데이콤위성 발사에는 9천만달러가 들어갔고, 게다가 한국통신의 무궁화3호 위성 발사가 오는 8월로 예정돼 있다.

통합방송법중 위성방송 관련조항은 지난 2월 방송개혁위원회에서 가까스로 확정돼 국회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올 상반기중에 국회에서 통과되면 연말까지 사업주체를 선정하고,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2000년 말께부터 본격적인 위성방송시대가 열리게 된다.

외국업체와 맺은 위성발사 계약은 우리측 사정 때문에 미룰 수는 없고, 도리없이 쏘아올린 위성들은 우리측이 제대로 활용할 때까지는 계속 헛돌 수밖에 없다.

이들 데이콤위성과 무궁화3호마저 우주공간에서 헛돌 경우 추가손실액은 5백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위성을 제대로 활용하면 최소한 2백여개의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97년 7월부터 KBS와 EBS가 각각 고작 2개씩의 위성방송을 시험방송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위성방송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참여 배제문제 등으로 위성방송 논의가 겉도는 사이 일본의 NHK와 미국의 CNN, 홍콩의 스타TV 등 외국 위성채널들이 중계유선 등을 통해 국내에 속속 진출했고 이미 도시 전체가구의 절반 정도가 정기적으로 외국 위성방송을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방송의 국제경쟁력과 우리 문화의 정체성 (正體性) 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위성방송 준비는 서둘러야 한다.

위성방송 참여를 준비하던 대기업들은 법안 표류기간이 길어진 데다 IMF 상황까지 겹쳐 열의가 많이 식은 상태다.

그러나 위성방송은 방송부문 뿐만이 아니라 영상산업의 고도화와 21세기 디지털산업의 새로운 경지를 약속한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의 또한 대단하다.

다만 첨단기술과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 국내외 기업들이 자본과 기술 양면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효율적인 방송체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국회는 더 이상 정략이나 이해집단들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통합방송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정부는 그 제도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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