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 신작장편 '러브버그'…치밀한 두뇌게임의 초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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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어느날 우연히 가방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책 한 권. 수줍고도 보잘 것 없는 대학생인 주인공은 이 책에 이름.연락처, '꼭 돌려달라' 는 메모를 적어놓고 마음에 듬직한 여학생들의 눈앞에 흘린다.

책에는 미팅에서 만난 남녀 대학생들이 대성리로 1박2일 엠티를 떠나 짝을 정하는 얘기가 실려있다.

'책흘리기' 로 여학생을 만나는 데 실패한 주인공은 친구들과 미팅에 나서고, 이들은 우연찮게도 책에 나온 방법대로 파트너를 정한다.

책과 현실이 닮아가는 것은 이때부터. 문제는 책의 내용에 따르면, 중간에 파트너를 바꾼 사람은 살해되는 일이 벌어지리란 점이다.

소설 속의 소설,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이 상상력은 김다은씨의 신작소설 '러브버그' (해냄.7천원)에 실린 것. 96년 1억원 상금이 걸린 '국민문학상' 에 당선됐던 작가의 두번째 장편이다.

김씨의 상상력은 일견 황당하지만, 외국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따라가기 그리 어렵지 않다.

문체의 맛이나 체험의 강렬함에 의존하는 대신 작가가 택한 전략은 상상력의 치밀한 구조물을 세워나가는 것. 이 구조에는 여성주의의 문제를 비롯, 중층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설계돼있는 데, 이를 어떻게 읽을 지는 물론 독자의 자유다.

글쓰기.글읽기 모두가 작가.독자라는 쌍방참가자의 게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란 전제 역시 이 소설의 주제의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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