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인] 美CBS 최고경영자 멜 카마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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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못 갈 정도로 가난했던 이민 2세대가 미국 미디어 업계를 점령하고 있다. " 미 3대 방송의 하나인 CBS의 최고경영자 멜 카마진 (55) 의 공격 경영이 화제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미국판 최근호 (4월5일자)에서 그를 "미디어 업계 거물 마이클 아이스너와 루퍼트 머독이 가장 두려워할 경영인" 으로 꼽았다.

카마진의 경영 스타일은 사세 확장과 수익 증대. CBS는 지난 96년말 카마진 소유의 라디오방송 '인피니티' 를 합병하고, 그를 경영에 참여시킨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97년 온라인 비지니스 뉴스서비스회사인 'CBS 마켓워치. 컴' 에 CBS의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3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인수했다. TV.라디오 방송국과 광고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 인수합병 (M&A)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가능하다면 인기프로그램인 '오프라 윈프리 쇼' 의 제작업체인 '킹 월드 프로덕션' 과 NBC도 인수하겠다" 고 말한다.

외형 못지않게 수익성도 좋아졌다는 평가다. 카마진이 CBS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주가가 50%나 올랐다. 이는 지난해 CBS의 수입이 전년 대비 42%나 늘어난 데 따른 결과.

시청률 경쟁에서도 뚜렷한 상승세다. 지난해 18~49세의 청.장년층의 시청률에선 CBS는 1% 올랐지만, NBC와 ABC는 각각 22%, 2%가 떨어졌다. 젊은 시청자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CBS는 향후 8년간 매년 5억 달러를 지불한다는 조건으로 미 프로축구리그 (NFL) 중계 독점권을 확보했다.

이는 지금까지 NBC가 지불했던 가격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 최근엔 "인터넷과 연계되지 않은 방송사업은 수익성도 낮고 젊은 시청자 확보에도 실패한다" 며 시청자들을 곧바로 웹사이트로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TV' 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마진은 미국 동유럽 출신의 이민 2세대. 아버지는 택시운전사였고 어머니는 공장 노동자였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라디오 방송사에 취직, 광고 유치를 담당했다. 이후 주경야독으로 페이스 대학에서 경영학 학위를 취득했다.

이 때의 생활이 몸에 배 요즘도 점심때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가 식사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즐긴다.

CBS 저녁 뉴스 앵커 댄 래더는 "그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상대의 의견을 들으려는 자세가 되어 있다" 고 말한다.

◇ CBS=Columbia Broadcasting System의 약칭으로 미국 4대 방송사 중 하나. 1927년 라디오 방송으로 출발했고 31년엔 텔레비전 정규방송을 미국에서 최초로 시작했다.

현재 자회사로는 CBS 텔레비전 네트워크, 14개의 TV 방송국, 1백60개의 라디오 방송국 등이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6.9% 늘어난 68억5백만달러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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