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LG생활건강 해외마케팅팀 범희 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아버지 나라인 한국과 어머니 나라인 베트남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힘든 줄 모르고 뛰었습니다. " LG생활건강 해외마케팅팀의 범희 (范熹.31) 대리. 그는 최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기공식을 가진 드봉.이자녹스 화장품 공장이 성공리에 끝나기까지의 과정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실무 일등공신이다.

유창한 베트남어를 바탕으로 통역은 물론 전화.팩스.편지 등을 통해 베트남 현지와 연락해 가며 1년 넘게 걸린 협상을 완벽하게 뒷바라지했다. 한해동안 베트남을 오간 것만도 한달에 한번꼴인 12차례. 기공식때는 사회를 맡기도 했다.

范대리가 베트남 전문가가 된 것은 이른바 '라이 따이한' (베트남 출신의 한국인 2세) 이란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68년 건설기술자로 월남에 파견된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한국땅을 밟은 것은 월남 패망 직후인 75년 3월.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부산 난민수용소를 거쳐 서울신림동에 자리잡은 그는 난곡중.서울기계공고를 거쳐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유창한 베트남어는 어머니의 고집 때문. "집에서는 베트남어를 써야 한다" 는 지론에 따라 베트남어를 잊지않을 수 있었다. 96년 4월 LG그룹 회장실 해외사업팀에 특채된 范대리에겐 당연히 대 (對) 베트남 업무가 주어졌고 그때부터 그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출장때 알게 된 베트남의 당간부 딸과 연말 결혼할 예정이라는 范대리는 아버지 성을 따르는 대신 88년 어머니의 베트남 성 (PHAM) 을 한자화해 범 (范) 씨란 성을 만들며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금성 (경북) 범씨가 있으나 范대리는 이 본관을 쓰지 않아 스스로 본관이 없는 范씨의 시조 (始祖)가 된 셈이다.

김진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