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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원더버드, 새출발 음반속에 영국 분위기 물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60년대 비틀스부터 90년대 브릿팝.테크노까지 영국은 대중음악에 관한 한 여전히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이다. 한국에도 영국음악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영국여왕의 첫 방한을 앞둔 요즘 인기가수 신해철과 개성파 록그룹 '원더버드' 가 나란히 영국 냄새 물씬한 음반을 발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앨범으로 나는 93년 낸 넥스트 1집 시절로 복귀했다. 1집에는 최근 영국에서 유행하는 빅비트 (복고적 드럼 샘플링에 테크노를 입힌 장르) 나 드럼머신에 기타를 바른 곡들이 이미 존재했다. 동시대에 무의식적으로 영국 젊은이들과 퍽도 비슷한 구상을 했던 것 같다. " 영국에서 밴드 '모노크롬' 을 결성, 1년간 음반을 녹음하고 지난 28일 귀국한 신해철의 제작노트 한구절이다.

그는 4월1일 출시될 밴드명과 동명의 음반에 영국에서 특히 발달한 테크노를 가득 담았다. 다양한 비트가 무한반복되는 테크노 리듬위에 록.댄스.힙합을 결합시켰고 '무소유' 같은 곡에서는 대금연주.민요를 비벼 국악과의 퓨전을 시도하는 등 실험성이 강한 음반이다.

그러나 음반의 기저에는 영국적 분위기가 상당부분 배어난다. 주다스 프리스트.게리 무어.블랙 사바스.오지 오스본 등의 음반을 제작한 런던의 전설적 프로듀서 크리스 상그리디가 영국의 첨단 음향효과와 사운드를 음반 곳곳에 풀어놨기 때문.

신해철은 "워낙 많은 음반이 쏟아져 새 악상을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해진 지금 같은 음이라도 무한히 다른 음색을 창출하는 테크노에 관심을 갖게됐다.

" 며 "내 음악의 기본취향이 영국이고 테크노 역시 영국에서 성장한 음악인 만큼 영국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고 반문했다.

또 '명태' '안녕하세요' '바보버스' 등 개성적 록가요를 불러온 신윤철.고구마.박현준 등이 뭉쳐 만든 록그룹 원더버드도 지난주말 낸 데뷔앨범에서 대단히 영국적인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원더버드는 지난1월 음반을 완성했으나 일부 미진한 부분이 발견되자 두달동안 재가공끝에 새롭게 음반을 발표했다. )

이들의 음반은 한마디로 '비틀스의 한국화' 다. 군더더기 없는 직선적인 기타 선율, 다소 능청스런 이질적 창법, 편안한 멜로디와 탄탄한 리듬 등이 '비틀레스크 (비틀스적인)' 음악임을 단박에 느끼게한다.

아련한 기타 아르페지오가 도입부에 깔린 '노래하지 않는 새' 같은 곡은 비틀스의 '스트로베리필즈 포에버' 와 풀빵처럼 닮았다. 전체적으로 쉽고 단순한 가운데 자기성찰이 배어있는 사운드가 '비틀스 풍' 이란 말외에 적당한 표현이 없다.

원더버드 멤버 고구마는 "테크노처럼 비인간적인 사운드가 주류인 지금 비틀스의 따뜻함을 꿈꾸고싶었다. " 고 말한다. 그의 말에는 국내 가수들이 영국풍 수용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들어있다.

"한국 록 30년이 넘으면서 록은 어느 정도 '우리 것' 이 됐다. 그러나 한국 록이 서있는 정확한 지점은 잘 모른다. 첨단과 복고가 조화된 사운드 안에 철학이 담긴 가사를 넣는 영국 록은 우리 록의 뿌리와 방향을 알게해 주는 바로미터" 라는 것이다.

팝컬럼니스트 송기철씨는 "비틀스이래 영국음악은 계속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며 세계 대중음악의 기본을 제시해왔다. " 며 "그 영향아래 커온 한국 가수들도 세기말을 맞아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영국풍을 재해석하고있는 것" 이라고 분석했다.

강찬호.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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