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똑똑한 난자 5만불'…영국 불임부부 미국행 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임신능력을 갖지 못한 영국의 한 여성변호사 (31) 는 결혼 6년째인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한 불임클리닉 문을 두드렸다.

임신을 위해 미국에서 품질좋은 '난자' 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올 초 지능지수 (IQ)가 1백52인 미국 여대생의 난자를 제공받아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영국의 불임 부부들이 미국 명문대 여대생들로부터 '똑똑한 난자' 를 사들여 임신하기 위해 앞다퉈 대서양을 건너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들이 난자를 구하고자 미국까지 날아가는 이유는 돈을 받고 난자를 파는 행위를 금지한 영국 법규 때문. 무상 기증자에게만 의존하다 보니 현재 5천여명의 불임여성이 난자를 얻으려고 대기 중이다.

97년 한햇동안 8백개의 난자가 기증됐지만 공급을 훨씬 초월하는 수요 탓에 3~4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올 정도다.

영국에서는 6쌍의 부부 중 한쌍꼴로 임신에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들에게 해결사로 등장한 미국의 임신전문병원들은 하버드대.스탠퍼드대 등 미 북동부 8개 명문대 (아이비리그) 여학생들로부터 난자를 사들인다.

대가는 2만달러를 넘어서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키 1m78㎝, 수학능력검사 1천4백점 이상인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5만달러에 구함" 이라는 광고가 아이비리그 대학신문들에 실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광고가 나간 뒤 2백여통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멀리 핀란드나 뉴질랜드에서까지 희망자가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회계사 메리 존슨 (26.IQ 1백50) 은 한번에 3천달러씩 받고 세번이나 난자를 제공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졸업반 시절 융자금을 갚기 위해 처음 난자를 제공하게 됐다" 고 말했다.

이같은 난자 매매에 대해 일부에서는 생명을 상품화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위스콘신대 의학윤리프로그램 담당자인 노먼 포스트 박사는 "임신은 모든 불임여성의 꿈" 이라며 "신체 건강하고 머리 좋은 아이를 얻으려는 태도가 뭐가 잘못됐느냐" 고 반문했다.

난자뿐만이 아니다.

영국 인공임신협회는 이달 초 영국남성 정자의 생식력이 낮아 인공수정을 위해 덴마크 등 유럽국가에서 '강력한' 정자를 수입할 예정이라고 발표, 영국남성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훈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