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정소 이용 아이 낳았다'-日.이탈리아서 5명 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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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람의 미성숙 정자 (精子) 를 쥐의 정소 (精巢)에서 키운 뒤 체외수정, 이미 5명의 아이가 태어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17일 디 익스프레스 등 영국언론들이 보도했다.

동시에 이들은 이같은 사실이 영국.이탈리아 등에서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불임치료 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55) 박사는 16일 베네치아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회의에 참석, "본인의 정소에서는 정자가 자라지 않는 이탈리아 남성 4명과 일본인 1명이 쥐의 정소세포를 이용해 아버지가 됐다" 고 밝혔다.

이 방법을 통해 가장 먼저 태어난 아기는 벌써 8개월째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현재 미국.프랑스.한국 등에서도 6쌍의 불임부부들이 비슷한 방법으로 임신에 성공했다는 것.

이탈리아에서는 정자가 되기 전의 미성숙 세포를 시험관 속에서 쥐의 정소조직과 함께 2~3개월 배양한 뒤 난자에 주입한 반면, 일본에서는 살아있는 쥐의 체내 정소에서 성숙시킨 뒤 수정시키는 방법이 사용됐다고 안티노리 박사는 설명했다.

쥐가 이용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정소를 이용할 경우 정자가 섞일 우려가 있고, 쥐가 가장 보편적인 실험대상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같은 사실이 발표되자 윤리적인 공방과 함께 최소한 동물실험을 먼저 거쳤어야 했다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지난 94년 당시 폐경기를 지난 62세 여성의 임신을 도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안티노리 박사는 "각종 백신과 장기 배양에 동물의 도움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불임남성들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 이라며, 아이에게는 유전적으로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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