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魚亂' 마무리라도 잘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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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일어업협상이 지루한 추가 재협상까지 하고서도 결국 상처투성이로 끝났다.

그러고도 김선길 (金善吉) 해양수산부장관은 협상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번 재협상에 만족한다" 며 국민의 평가나 정서와는 동떨어진 소감을 피력했다.

열흘 가까이 외국에서 고생한 장관의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나 낮은 행정수준과 둔감한 상황인식에 자괴감조차 느끼게 한다.

얻은 것은 적고 잃은 것만 많았던 협상이었지만 늦더라도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한.일어업협상은 '총체적 부실' 이란 말이 대변하듯 전근대적 수산행정과 해당부처 스스로도 신뢰하지 못하는 부실통계 등이 원인이었고, 새 해양질서 속의 조업규범을 따라잡지 못한 우리 어업의 낙후성도 한몫을 한 것이다.

마지막 쌍끌이어업 재협상조차 철저히 일본의 실리외교에 밀린 것이었다.

쌍끌이의 경우 80척의 조업척수를 확보했다지만 어획량은 기선저인망에 할당된 7천7백t 안에서 전용키로 했다.

총어획량은 변함이 없어 쿼터배분을 둘러싼 어민들간의 내분가능성만 키운 협상이란 게 어민들의 불만이다.

특히 협상준비소홀은 두고두고 지적돼야 한다.

지난해 1월 일본이 일방적으로 어업협정을 파기한 후 해양수산부는 태스크 포스팀도 없이 차관보와 담당사무관까지 5명이 협상업무를 전담해 왔다.

이에 반해 이달초 선보인 '해상왕 장보고 (張保皐) ' 공연을 위해 뮤지컬 추진기획단까지 만들었다는 데선 기가 차지 않을 국민이 있을까 할 정도다.

외교부도 문제가 적지 않아 지난 1월 실무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는데도 무협정상태를 우려해 일본측과 협정비준서를 교환, 서둘러 협정을 발효시켰다.

이를 미처 모르고 일본수역에서 조업하던 한국어선들은 불법어로로 몰렸고 일부는 나포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책의 혼선과 실수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정부도 추궁의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대책이다.

이제부터라도 찬찬히 다시 준비해야 한다.

어업협정은 앞으로 3년마다 갱신하고 실무협상은 매년 손질하게 된다.

비록 늦었지만 정확한 어획고와 조업척수.어장현황 등을 파악하고 지원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대로 두면 어떤 일이 다시 벌어질지 모른다.

일단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마무리한 뒤 3년 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다음달 열릴 한.중 (韓.中) 어업협정 발효를 위한 실무협상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중국과의 어업협상은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혜택을 줘야 할 입장에 있기 때문에 어민들 사이에선 피해가 누적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바다를 모르는 채 협상에 나가는 일이 없게 하려면 해양관련 전문인력 양성 등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실패는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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