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부기 나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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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농담으로 '주인공' 이 따로 있다는 얘길 듣는 영화. 조금이라도 사전 정보가 있는 사람은 라스트신의 그 '물건' 을 보기 위해 좀 지루하더라도 2시간30분 정도는 문제가 아니다. 33㎝.

그러나 성기가 등장한다고 해서 저급한 포로노나 에로티시즘 (성애) 영화를 상상하면 금물. 서글픈 인생살이와 역사에 대한 통찰이 빛난다.

주인공은 고교 중퇴후 나이트클럽에서 접시닦이로 일하는 에디 아담스 (마크 월버그) .어느날 에디가 '비정상적으로 크다' 는 소식을 듣고 포르노영화감독 (버트 레널즈) 이 찾아온다.

에디는 급기야 포르노배우가 되고 '성인영화제' 에서 4번 연속 우승하며 업계 최고 스타로 군림한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 열흘 가는 꽃은 없는 법. 80년대 비디오가 출연하면서 에디는 퇴물로 급전직하한다.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은 88년 에이즈로 사망한 미국의 전설적 포르노 스타 존 홈즈를 모티브로 삼았다. 실제 정사장면을 방불케하는 리얼한 섹스신과 마약흡입장면이 적잖게 나온다.

영화의 후반부에 '약발' 이 집중돼 있다. 70년대 젊은이들의 퇴폐적 유희와 헛된 꿈과 욕망이 냉혹한 80년대의 길목에서 스러져가는 순간, 영화는 '저곳 (포르노의 뒷골목)에도 사람이 산다' 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갈 곳 없어 방황하던 에디가 다시 잭 호너 감독의 품으로 찾아와 눈물을 쏟는 장면은 페이소스의 백미다. 20일 개봉.

정재왈 기자

작품성★★★★ 오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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