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바미안 石佛의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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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집트 수도 카이로 교외 기자의 스핑크스는 4천5백년 전에 세워졌다.

현존하는 피라미드 가운데 가장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비롯해 3대 피라미드를 지키는 스핑크스는 높이 20m, 둘레 73.5m의 거대한 조형물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모래바람에 침식되고, 지하수와 산성비 피해로 붕괴 위기에 처했었다.

스핑크스 복원공사는 지난 87년 시작돼 97년 끝났다.

침식된 돌을 새 돌로 하나 하나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진행된 공사엔 2백~6백㎏ 무게의 석재가 10만개나 사용됐다.

전체 공사비는 1백만달러에 달했다.

이로써 스핑크스는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뭉개진 얼굴은 그대로 내버려뒀다.

그것은 자연에 의한 훼손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인재 (人災) 였기 때문이다.

스핑크스의 얼굴이 지금처럼 된 사연에 대해선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10~11세기 이슬람교도들이 스핑크스를 이교도의 숭배대상으로 생각하고 안면을 도끼로 찍었다는 설, 다른 하나는 1798~1801년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원정했을 때 부하들 앞에서 권위를 세우기 위해 스핑크스를 포격하도록 명령했다는 설이다.

어느쪽이든 반달리즘의 극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반달리즘은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다.

그 한 예가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석불이다.

바미안은 4~8세기 불교의 중심지였다.

법현 (法顯).현장 (玄奬) 과 같은 중국의 고승들도 찾아왔다.

바미안의 보물은 석굴 안에 깎아 세운 높이 53m와 36m 두 개의 거대한 석불이다.

현장이 바미안을 방문했을 당시 석불은 휘황찬란한 금과 보석으로 장식돼 있었다.

8세기 들어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을 받아들이고, 13세기 몽고가 침입하면서 석불은 심한 피해를 보았다.

석불 두상 (頭像) 의 절반 가까이가 파괴되고 양손이 잘렸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옷자락의 섬세한 주름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입수된 사진을 보면 상체의 절반이 없어지고 표면엔 포탄 구멍이 수없이 나 있다.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9할을 차지한 이슬람 근본주의 탈레반정권은 이것이 자신들이 포격을 가한 결과임을 공식 인정했다.

지난 20년간 1백만명 희생자와 2백만명 난민을 낳은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드디어 종결될 조짐이다.

전쟁이 사람에게 입힌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 모른다.

그러나 한번 파괴된 인류의 귀중한 문화유산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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