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본 치아] 동물들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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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치아가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동물들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코끼리의 이빨은 상아를 빼고 24개. 이중 거친 음식을 씹어 삼키는 어금니는 4개로 평생 6번을 간다.

낳자마자 2개가 생기고 1.6.18.30년째 갈이를 하게 돼있다.

어금니가 빠지는 시기도 2.6.13~15.28.43.65로 거의 고정돼 있다.

동물학자들은 "늙은 코끼리의 경우 잘 씹을 수 없어 굶어죽거나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며 "질병에 걸리지 않고 포획을 피한다면 결국 수명을 결정하는 치아의 건실도" 라고 단정짓는다.

악어가 악어새와 공생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치아건강을 위해서다.

악어는 그야말로 이의 힘에 생사가 달려있는데 이 사이에 찌꺼기가 끼거나 기생충이 서식한다면 제대로 사냥을 할 수 없다.

악어의 무는 힘은 폭군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와 맞먹을 정도. 바다의 폭군 상어 역시 적자생존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빨을 나름대로 발달시켜 온 경우. 상어의 이빨은 강도가 떨어진다.

이런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상어는 물량작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5~20줄로 난 이빨의 총수가 수백 개. 또 사냥하다 부러지거나 빠져나간 것은 즉시 복구돼 장수하는 상어의 경우 평생 수만 개 이상이 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서울대공원 권순호 (權純鎬) 연구부장은 "동물들에게 이빨은 단순히 건강을 지키는 수단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 라며 "싸움이나 물리적인 충격으로 치아를 잃는다면 동물은 죽을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에게서 충치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 것은 사람처럼 당분을 지나치게 먹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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