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핵위협 계속되는 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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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결의 위반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해명은커녕 도발적 용어를 사용하며 핵 위협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플루토늄의 무기화와 우라늄 농축 실험 성공을 알리고 제재에는 이른바 ‘핵 억제력 강화’로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가소로운 일이다. 북한의 태도는 ‘수레에 맞서는 사마귀(당랑거철;螳螂拒轍)’ 꼴이다. 행태는 흉기를 휘둘러 자해하며 시장거리에서 난동을 부리는 망나니를 닮았다. 핵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으로 먹고살 궁리를 한다면 지금처럼 주민들을 굶기지는 않을 터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의 행동은 나름의 치밀한 계산을 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들의 핵무장을 미국의 대북한 적대 정책에 연관시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의 비핵화’를 진전시키려면 미국이 북한의 요구대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에 특이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세계의 비핵화’를 언급하고 나선 점이다. 전 세계적인 핵군축을 추진하는 오바마 미 대통령을 겨냥한 주장이다. 우라늄 농축 실험 성공을 언급한 것은 플루토늄 핵무기에 비해 감시와 추적이 어려운 우라늄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수 있음을 내비치는 은근한 협박이다.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다.

우라늄 핵개발을 새롭게 들고 나왔지만 북한의 행태는 전혀 새롭지 않다. 말로는 한반도 비핵화나 세계의 비핵화를 반대하지 않는다지만 본심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여러 차례의 협상국면과 대결국면을 거치면서 북한은 항상 핵무장의 핑계 거리를 찾고 실제로 핵무장을 진전시켜 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속는 것도 한두 번이지 북한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북한의 위협에 타협하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도발의 수위를 높이면 그에 상응해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내해야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비롯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수단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자칫 한반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북한의 의도나 대응 방안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도발에는 언제든 철석같이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는 조치를 먼저 취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현재의 대응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이른바 마주 보며 달리는 자동차 경주와 같은 치킨 게임이지만 달리 대안이 없다. 북한의 핵무장을 방치하면 우리에게는 물론 국제사회 전체에도 더 큰 우환거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더러 핵무기와 미사일과 대포를 들고 언제까지 버틸지 한번 해보라는 수밖에 없다. 타협은 북한이 시도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