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연기발언 대통령이 질책' 김정길 정무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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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설훈 (薛勳) 의원의 '내각제 연기' 발언 및 전당대회 연기와 관련한 정계개편 시나리오 등을 진화하느라 분주하다.

11일 薛의원의 발언에 이어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의 청와대 주례보고 때 김대중 대통령이 5월 전당대회 연기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민련이 발끈했기 때문. 자민련은 같은 날 이뤄진 국민회의쪽의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내각제를 무산시키려는 음모.방해라고 여겼다.

薛의원이 발언 당일 기자회견을 자청, "전적으로 사견" 이라고 해명한 데 이어 12일 김정길 (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도 나섰다.

金수석은 우선 전당대회 연기건을 해명했다.

金수석은 "대통령의 언급은 '정치개혁이 끝나면 어차피 다시 전당대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개혁을 서두르고 전당대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는 것일 뿐 연기의 '연' 도 얘기하지 않았고 정계개편과는 무관하다" 고 말했다.

金수석은 또 협상이 지연돼 5월 전당대회가 늦어지더라도 당헌 당규에 허용된 범위 (8월) 이상의 연기는 할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薛의원 발언 파문에 대해서도 金수석은 이날 薛의원 및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와 각각 전화한 사실과, 金대통령으로부터 薛의원에게 '질책' 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일 등을 소상하게 공개했다.

특히 金대통령이 "사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뭔가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은 옳지 않다" 며 薛의원에게 주의를 주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金수석은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통합문제는 金대통령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다" 면서 "자민련 박준병 (朴俊炳) 사무총장과도 통화, '사견이므로 더 이상 양당간 논란의 초점이 안됐으면 좋겠다' 는 뜻을 전했으며 자민련측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것 같았다" 고 밝혔다.

국민회의측이 "그게 아니다" 며 해명하자 자민련은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金수석의 해명은 말 그대로 해명일 뿐이라는 의구심이 자민련에 깊숙이 배어 있다.

할 말은 다 던져놓고 슬쩍 빠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다시 불거져 나올 것이라는 게 자민련의 사태인식이다.

金수석의 해명대로 金대통령이 전당대회의 연기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치개혁이 고난도의 협상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5월 전당대회 실시는 사실상 어려울 게 뻔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자민련의 '내각제 홍보대회' 첫날 벌어진 이 같은 사태가 언제까지 거듭될지 두고 볼 일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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