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가전시장 뜨겁다…수요 25% 늘어 할인·경품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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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회사원 吳모 (30.회사원) 씨는 오래 미뤘던 결혼식을 이달 초에야 올렸다.

당초 지난해 4월 결혼날짜를 잡았으나 외환위기 이후 봉급이 줄고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치면서 연기해 온 것. 이처럼 지난해 경기침체로 결혼식을 미뤄왔던 예비신랑 신부들이 올들어 일제히 웨딩마치를 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전 (家電) 업체들이 유례 없는 '혼수 (婚需) 대전' 을 벌이고 있다.

원래 가전업계에서 혼수 수요는 연중 최대 시장.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불황으로 결혼 건수가 크게 줄면서 심각한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나 올들어 경기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면서 '늦깍이' 결혼이 급증, 혼수 수요가 지난해보다 2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다양한 허니문 할인판매 = 삼성전자는 오는 31일까지 혼수가전 제품을 최고 30.6% 할인판매하는 한편 행사기간 중 혼수가전을 구입한 고객 가운데 2백명을 골라 1등에게 시드니올림픽 참관권을 주는 등 다양한 경품을 내걸고 있다.

LG전자도 다음달 5일까지 '새천년맞이 허니문 페스티벌' 을 벌이면서 웨딩특선상품을 최고 33%까지 할인해 준다. 또 1백50만원어치 이상 구매한 고객중 1백쌍을 추첨, 1백만원의 신혼여행경비를 지급한다.

오디오 전문업체인 해태전자는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혼수용품 20~35% 세일 행사를 갖는다. 아남전자도 1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29인치TV.미니 컴포넌트.VCR을 패키지로 구입할 경우 33% 할인해 주는 혼수패키지 상품전을 벌인다.

◇ 늘어나는 신혼부부 = 통계청에 따르면 97년도 혼인건수는 37만4천건이었으나 불황이 심각했던 지난해는 32만건으로 줄었다. 수입이 줄고 경제상황이 나빠지자 결혼을 연기한 예비신혼부부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

하지만 올들어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그동안 결혼을 미뤄왔던 사람들이 속속 결혼하고 있어 올해 혼인 건수는 지난해보다 25% 정도 늘어난 40여만건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서울대에 의뢰해 혼수시장을 조사분석한 결과 예비신혼부부들이 가전혼수 마련을 위해 쓰는 비용은 97년 5백13만원에서 지난해 4백70만원대로 떨어졌지만 올해에는 다시 5백만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올 혼수시장 규모는 전체 가전내수시장 (4조5천억원) 의 30% 이상인 1조6천억~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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