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PL법 도입 빠를수록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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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일자 발언대에 정덕영씨가 쓴 '제조물 책임법 때 이르다' 에 대한 반론> 제조물책임 (Product Liability) 은 우리에게 생소한 부분이고 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현재 많은 논란이 있으며 앞으로도 이해집단간 마찰이 예고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은 단순히 물리적.제도적 변화만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전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제조물책임법 도입은 사회적.경제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단기적으로 기업에 악영향을 주는 듯하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국제적인 위상을 위해서도 도입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 자동차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차에 이상이 있다고 할 경우 차체에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제조회사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결함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문제, 제조물 책임 집행을 위한 사회적인 인프라 부족문제, 이에 따른 기업의 원가부담 증가가 현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제조물 책임을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방어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제품이 생산되면 향후 발생될 제품의 하자비용을 각 회사의 품질 불량을 감안해 워런티 (warranty) 라는 항목으로 제조 비용에 계상해 손익에 반영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 비용을 줄여 제조 수익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품질개선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훨씬 높은 임금과 좋은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경영비결 중 하나다.

또한 수백억원에 이르는 리콜 (recall) 을 자동차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해도 기업이 무너지지 않고 건재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이러한 합리적인 경영관리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제조물책임법의 도입을 통해 우리 기업들은 소비자 보호라는 사회적인 책임을 완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품질개선과 원가절감을 통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예상되는 비용을 미리 계상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제대로 계산된 기업의 실제 제조 이익률을 가지고 노사가 함께 경영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제조물책임 관련 사회적 인프라 문제도 발전적인 측면에서 준비하고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이 부분이 현재 미진하다고 제도의 시행을 주저한다면 생활이 어렵다고 미래를 위한 학업을 주저하는 격이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은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개방돼 외국차들은 몰려 오는데 국민들의 애국심에 기대 우리 기업들이 계속 존립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제품의 국제 경쟁력 없이는 우리 모두에게 미래는 없다.

현실 여건은 매우 어렵지만 미래를 향해 모든 관리 기준을 국제 수준에 맞추려는 노력이 절실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IMF체제 아래서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며 배우고 있는 교훈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형우 코리안씽크탱크 수석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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