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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새주소부여사업] 강남구 시범운영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새주소로 집을 찾을 이유가 없지요. 익숙치 않아 더 불편하기도 하고요. " 서울 강남구가 모든 건물에 도로명과 건물번호에 따른 새주소를 부여한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한진택배 김영호 (27) 씨는 새주소를 사용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강남소방서 관계자도 "새주소로 찾다가 출동이 늦어질 것을 우려해 신고자에게도 지금의 주소를 요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우편배달.택배서비스 등 물류 체계 선진화를 위해 도입한 새주소가 정작 물류 담당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강남구가 모든 도로에다 일일이 고유이름을 붙이다 보니 무려 9백61개의 도로이름이 생겨 오히려 목적지를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 이에 대해 강남구청 지적과 윤계주씨는 "새주소는 지도 사용의 생활화를 전제로 한 것인만큼 지도를 이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반박했다.

도로명이 너무 많아진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는 구역별로 일련번호만 다른 하나의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문제가 많다.

블록을 설정하면 블록을 관통하는 도로를 몇개로 끊어 각각의 이름을 붙일 수 밖에 없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김기호 교수는 "행자부.서울시가 새주소 사업을 너무 만만히 보고 덤비고 있다" 며 "주민 생활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사업인 만큼 도시계획.교통 흐름 등을 면밀히 조사한뒤 시행에 들어갔어야 한다" 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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