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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투자 산은캐피탈 곱절수익 '월척'낚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개봉 22일만에 한국영화 최대 흥행기록을 세운 화제의 영화 '쉬리' 에 투자, 곱절이 넘는 장사를 하게 된 금융회사가 있다.

30억원 이상이 들어간 영화제작에 4억원을 투자한 산은캐피탈 (대표 이종각) 이 그 주인공. 산은캐피탈은 국내 최대 리스사인 산업리스와 대형 벤처캐피털 회사인 한국기술금융이 지난 5일 합병해 출범했으며 산업은행이 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지난해 10월말 제작사인 삼성영상사업단과 투자계약을 하고 영화수입의 10%를 분배받기로 했다.

서울관객 1백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산은캐피탈이 받게 될 예상 수익금은 원금을 포함해 약 8억원. 만일 쉬리가 관객동원 2백만명 (이하 서울관객 기준) 을 돌파하고 비디오.TV판권 등 다른 수입을 합하면 원금 포함, 12억원 정도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익분배 시기를 투자 후 8~9개월 정도로 잡고 있으니 연간 투자수익률은 3백%에 이른다. 만일 쉬리가 '타이타닉' 의 기록 (서울관객 2백26만명) 을 깨고 수출까지 성사된다면 이익은 더 늘어난다.

쉬리 투자의 실무담당자인 투자금융부 윤정석 (尹正石.39) 팀장과 강동호 (姜東昊.28) 대리는 "탄탄한 시나리오에 캐스팅도 좋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8월 영화사업 투자를 결정할 때 회사 (옛 한국기술금융) 내부에서는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설립취지에 맞게 유망 중소기업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기존 제조업체들이 위축되고 있어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영화 투자를 두고 경영진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작품선정엔 전적으로 감각이 있는 젊은 직원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실무진은 삼성영상사업단 등 몇개 영화제작사가 내놓은 후보작을 놓고 시나리오.배역진.개봉시기.경쟁작 등을 놓고 가능성을 검토했다. 삼성측이 제시한 5~6개 후보작 중 제작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작품이 바로 쉬리였다.

하지만 망설임도 있었다.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3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마음에 걸렸다" 는 것이 尹팀장의 말이다.

제작비용을 맞추려면 적어도 서울에서 35만~40만명의 관객이 들어야 하는데 이 정도 흥행에 성공하는 국내 영화는 한해에 다섯 손가락안에 들기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흥행이 성공해도 투자사는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흥행에 참패할 경우 이익은 커녕 원금 회수조차 어려울 수 있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구조인 것이다.

산은캐피탈은 쉬리의 성공도 성공이지만 각각 4억원과 5억원을 투자한 박광수 감독의 '이재수 난' 과 개그맨 심형래씨가 제작하는 '용가리' 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용가리의 경우 제작비만도 한국영화사상 최대인 1백억원이 들어간다. 이중 산은캐피탈과 신보창업투자.현대기술투자가 5억원씩 15억원을 출자하고 삼부파이낸스가 22억5천만원을 투자하는 등 벤처캐피털사와 금융회사들이 대거 가세했다.

영화도 이제 돈되는 하나의 산업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산은캐피탈 투자금융부 담당 김재봉 (金在峰.49) 이사는 "쉬리의 투자성공으로 문화로만 인식되던 영화를 유망산업으로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 며 "고정관념에서 탈피, 문화.예술.게임.영상산업 등에서 새로운 유망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내겠다" 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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