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일 세계여성의 날…성차별 장벽 곳곳 무너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오는 8일은 1900년대를 마무리하는 세계 여성의 날. 이 날은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 1975년 유엔에 의해 공식지정됐다.

나라마다 각종 문화.정치행사 외에 인터넷 축하카드 보내기 사이트가 개설되는 등 세계여성계가 축하분위기에 싸여 있다.

98년 통계에 의하면 지난 45년 이후 각국의 전.현직 여성 정치수반은 35명. 여성의 지위는 지난 1세기 동안 괄목할 만큼 신장된 것이 사실이지만 성 (性) 상품화.성차별.인신매매.인터넷을 통한 성폭력 증가 등 아직도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유엔개발계획 (UNDP)에 따르면 전세계 문맹자의 3분의2, 세계 빈곤계층의 70%를 여전히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 정치분야 = 유럽국가들 중 여성에게 가장 보수적인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지난 4일 공직참여의 남녀평등을 보장하는 내용의 헌법개정안이 상원을 통과하는 '이변' 이 일어났다.

찬성 2백89, 반대 8표로 채택된 이 안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이 임명직 및 선출직 공직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정당 (政黨) 은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좌파의 경우 전체의원 3백16명 중 여성의원은 51명, 우파는 전

체 2백64명 중 12명밖에 되지 않아 갈 길은 멀다.

독일 정가는 그래도 여성파워가 센 편.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의회에 진출한 여성은 모두 2백7명으로 전체의 30.9%를 차지하고 있다.

집권당인 사민당 (SPD) 은 당헌에서 당직의 40%를 여성에게 할당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연정파트너인 녹색당은 전체 47개 의석 27석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이슬람권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이란 지방선거에서 전체 30만명의 후보 중 5천명이 여성일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 사회.문화분야 = 코란의 엄격한 적용에 따라 여성의 자동차 운전조차 금지됐던 유일한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경기침체로 운전기사 등 7백만 외국인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달러' 가 아쉬워지자 여성의 운전금지 관습을 철폐하자는 여론이 정부와 언론에서 강하게 일고 있는 것. 얼마 전까진 여성의 호텔출입조차 금지됐으나 최근엔 호텔프런트 근무까지 가능해졌을 만큼 사회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 인권분야 = UNDP는 임신 중 남편 등 남성의 폭력으로 인해 숨지는 여성들의 수가 교통사고.암.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수보다 훨씬 많다고 보고했다.

개발도상국 여성의 3분의1이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있으며 선진국을 포함해 전세계 나라마다 여성의 16~57%가 남편.애인 등 가까운 남성으로부터 폭행당하고 있다는 것. 국제사면위원회도 4일 미국 감옥이 여자 죄수들에게는 기본권과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는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고발했다.

남자 간수들에 의한 각종 성희롱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세계여성회의에선 1천여명의 네팔 소녀들이 인도 및 세계 각지에 팔려가고 있다는 인신매매 실태가 고발되기도 했다.

◇ 국제적 움직임 = 내년 6월 유엔에선 여성특별총회가 열릴 예정. 지난 75년 채택된 나이로비 여성발전전략과 95년 베이징 (北京) 여성행동강령에서 제안한 여성지위향상을 위한 각국의 노력결과를 점검한다.

현재 열리고 있는 (19일까지) 유엔여성지위위원회는 이를 위한 준비회의다.

이 회의에서 한국은 아시아국가 모범사례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 등 각종 여성정책 추진사항을 발표했다.

김정수.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