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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오염원' 유조차 무방비 당국은 뭐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2일 새벽 발생한 춘천호 유조차 추락사건은 상수원지역이 유류 및 독극물 운반차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상수원 주변을 달리는 유류.독극물 운반차량이 사고가 날 경우 순식간에 물을 오염시켜 식수 중단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대책마련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도권 2천만 시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를 가로지른 양수대교~용담대교 (남양주시~양평군 4.5㎞)에서 유조차 1대가 추락, 경유 2만ℓ를 유출할 경우 팔당호 면적 36.5㎢의 5.5배를 오염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3백83개 상수원보호구역 주변을 통과하는 국도.지방도중 팔당.소양.대청호 등 13개 지역 1백28개 구간 (1백16㎞) 이 사고위험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상수원 보호 책임자인 환경부와 차량 통제 권한을 가진 건교부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환경부 곽결호 (郭決鎬) 수질보전국장은 "지난해 10월 1일 양수대교 개통을 계기로 상수원지역의 유조.독극물차 운행을 제한할 방침이었지만 건교부와 지자체가 반대해 정유사에만 통행제한 협조를 요청했다" 고 말했다.

이때문에 양수대교~용담대교엔 유조차 등이 제한없이 통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추락.전복 등 불의의 사고를 우려해 사전에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이나 도로교통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고 밝혔다.

한편 춘천호 사고와 관련,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2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유류.유독물 수송차의 상수원보호구역 내 통행제한 등 사고 방지책을 즉각 마련하라" 고 촉구했다.

지난해 7월 금강 수계에서 11t 탱크로리가 추락해 경유 수백ℓ가 유출되는 등 16건의 사고가 난 것을 비롯,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모두 33건의 유류 및 유해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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