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공항 졸속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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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막 공항 상공에 도착한 항공기에 착륙을 허가한 관제탑이 출발선에서 대기중인 또다른 점보기에 이륙을 허가한다.

활주로가 하나뿐이라 위기일발의 순간을 맞는다.

LA에서 보내진 서울행 화물이 영종도 도착 즉시 엉뚱하게 뉴욕으로 보내지는가 하면, 겨울철인데도 공항청사에는 냉방 에어컨이 가동된다…. 오는 2001년 1월 개항예정인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잘못될 경우 이같은 가공할 상황이 벌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신공항의 종합정보통신시스템 (IICS) 이 공사과정에서 시운전기간을 8개월이나 단축할 수밖에 없게 돼 공항의 정상운영에 일대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92년에 착공, 97년 완공예정이던 이 공항이 개항을 3년이나 늦췄는데도 시간이 모자라 이같은 위험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구축사업비만 7백71억원에 이르는 IICS는 관제 등 비행정보와 화물수송정보 등을 제공하고 승객의 예약과 발권업무 등을 관장하는 공항의 두뇌이며 중추신경이다.

이 시스템의 완벽한 가동을 위해서는 최소한 11개월간은 시운전을 해야 하나 시공업체와의 분쟁 때문에 사업착수가 늦어지는 바람에 시운전기간이 3개월로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항한 홍콩의 첵랍콕공항도 바로 이 정보시스템의 시운전기간이 모자라 대혼란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 신공항은 그렇지 않아도 '낭비와 비효율의 대명사' 라는 비난을 들어왔다.

공기 (工期) 는 물론 예산도 당초의 2배에 이르렀고, 그것도 모자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01년 1월 개항할 때는 한개의 활주로만 확보되고, 나머지 한개는 개항 6개월 뒤에 완공되며, 전력시설이나 접근교통시설, 배후지원단지, 화물터미널 건설 등이 모두 예정보다 늦어지게 돼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 공항의 설계도는 무려 1백14차례나 바뀌었다.

그런데도 IICS의 시운전기간까지 단축해가면서 개항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사람이 많아보이지 않는다.

공항, 특히 국제공항의 생명은 안전과 편의성이다.

더구나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의 중추공항으로 기대를 모으는 국책사업이다.

아무리 급해도 졸속으로 해서는 안된다.

첨단 전자기기라 해도 충분한 시운전을 통한 검증을 거친 후 실제 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나라의 신인도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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